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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붙잡힌 '용의 아들'…그 아비에 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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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용의 아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중국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우리에게도 상당히 친숙한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청룽(성룡)아들이 중국 공안당국에 전격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청룽 아들의 이름은 팡주밍(방조명), 나이는 33살입니다.

혐의는 알려진 대로 마약, 그 중에서도 대마초 흡입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8년 째 해 온 일이었습니다. 공안이 베이징에 있는 호화저택을 덮쳤을 당시 팡주밍은 순순히 소변 검사에 응했습니다. 집에 있던 대마초 110그램을 경찰에 넘겼습니다. 외국에서 사 갖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균적으로 대마초를 한 번 흡입할 때 0.4그램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팡주밍이 보관하고 있던 대마초로는 약 275번 흡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상습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호화 저택에서 대마초를 흡입한 건 팡주밍 한 명만이 아닙니다. 타이완의 청춘스타 23살 커전둥(가진동), 여자연예인 2명 등도 함께 있었습니다. 커전둥은 팡주밍과는 달리 대마초 흡입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커전둥은 14일 만에 풀려났지만 팡주밍은 아직 구류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이번 마약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은 최대 120명이다, 팡주밍 체포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떠돕니다.

팡주밍, 커전둥 모두 중국 사람들이 아는 유명인입니다. 하지만 팡주밍의 아버지가 청룽이 아니라면 이토록 관심을 끌지는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청룽은 마약퇴치 홍보대사 활동 경력도 있습니다. 아들 체포 소식에 충격을 받은 청룽은 급히 베이징을 찾았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다. 나도 책임져야 한다. 아들의 이름으로 큰 절을 올리며 사죄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들이 이렇게 된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팡주밍이 마약 파티를 벌인 베이징의 호화 저택은 청룽의 소유입니다. 그러나 청룽은 베이징에 올 때마다 이 집으로 가지 않고 대부분 호텔에서 지냈습니다. 아버지의 통제가 없는 집에서 너무 자유롭게 지낸 결과가 이렇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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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룽의 사과는 누리꾼들에게 와 닿지 않는 모양샙니다. 영화홍보를 하러 나선 길에 장애인 전용 버스를 탄다거나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하는 등 청룽이 했던 밉상스러운 행동 탓입니다. ‘중국인은 통제하지 않으면 제멋대로다.’, ‘가끔 쓰나미나 대지진이 일어났으면 한다. 대재난이 없으면 할 일이 없어서 분쟁만 늘어난다.’ 등 논란이 됐던 말들도 많습니다. 오죽하면 지난 2012년 중국 네티즌이 선정한 인간쓰레기 14위에 청룽이 꼽혔을까요.

팡주밍의 처벌 수위도 관심거립니다. 징역형은 당연하고, 최대 사형까지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중국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진 후 아편 중독자가 중국 전역에서 속출했습니다. 서구로부터 ‘동양의 병자(病者)’라고 불렸습니다. 그 때의 모멸감을 뼈에 새기고 있는 중국은 마약 하나만큼은 지독하게 단속합니다. 얼마 전 필로폰을 밀수하다 적발된 한국인 3명을 사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형을 면하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마약 하나만큼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중국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2009년 영국인이 붙잡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는 등 백망으로 노력했지만 백약이 무효했습니다. 사형까지는 몰라도 팡주밍이 가벼운 처벌로 끝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일각에서는 대마초 합법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위험한 마약이 아니라는 이유에섭니다. 대마초 합법화 바람은 세계에서 불고 있습니다. 우루과이가 최초로 대마초 재배, 판매, 사용을 합법화한 데 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규제를 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대마초가 허용됩니다. 뉴욕타임스는 대마초 금지법을 없애자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담배나 술과 비교했을 때 중독성이 낮고, 위험도 덜하다는 거죠. 이런 주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관영 매체들의 보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마초는 중독성이 있고, 중국과 같이 큰 나라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전체 사회가 재난에 빠질 것이다.’ 이번 사건 이후 보도된 기사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마초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일부 연예인을 통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대마초를 처벌하는 규정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각됐지만요. 어떤 나라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대마초를 피우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은 현지법 외에도 국내 형법을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대마초를 피운 후 우리나라에 돌아오면 처벌받는다는 이야깁니다. 어떤 마약이나, 기간이나 횟수는 어떠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마초는 소변을 통해 1주에서 2주전 흡연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모발은 기간이 좀 더 깁니다. 여행가서 호기심에 대마초에 손을 잘못 댔다가는 청룽 아들이나 타이완의 국민 남동생 커전둥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고운 기자 gow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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