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나비효과'…美, AK-47 사재기 현상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착수하면서 엉뚱하게도 러시아제 AK-47 소총 사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제 AK-47 수입 금지조치가 내려진 뒤 36시간 만에 미국 메릴랜드주 애틀랜틱 총포상의 AK-47 재고가 동났습니다.

애틀랜틱 총포상 종업원들은 사흘간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쉴 틈이 없었습니다.

애틀랜틱 총포상뿐 아니라 미국 전역 총기 판매상에서 AK-47 사재기 열풍은 뜨겁습니다.

정당 1천 달러짜리 AK-47 소총을 값이 오르면 되팔 속셈으로 8정에서 10정까지 대량 구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온라인 총기 판매 사이트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AK-47 소총이 곧 판매가 금지된다며 '살 수 있을 때 사세요'라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로 손님을 끕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마하일 칼라시니코프가 개발한 AK-47 소총은 다루기 쉽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데다 관리도 용이하다는 장점 덕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총기입니다.

미국도 해마다 수만정씩 수입합니다.

지난 7월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하나로 AK-47 제조업체인 칼라시니코프 콘체른을 제품 수입 금지 대상 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의 AK-47 소총 수입업체인 RWC그룹 제이 포츠 부사장은 "AK-47 소총 사재기가 곧바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금수 조치는 칼라시니코프 콘체른이 제조한 AK-47 소총에만 적용됩니다.

유럽이나 심지어 러시아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AK-47 소총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고 판매할 수 있지만 '오리지널 제품'을 사려는 고객의 발길은 끊임없습니다.

애틀랜틱 총포상 블레인 번팅 사장은 "프랑스산 와인을 최고로 꼽듯이 AK-47 소총 역시 러시아제 오리지널 제품을 최고로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총기 판매 제한이 사재기 열풍을 불러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0년대에도 이른바 브래디 법 제정이 한창 논의 중일 때 총기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민주당이 의회에 총기 규제 법안을 상정한 2006년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 하자 역시 총기 구매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총기 규제 목소리를 높이면 총기 판매가 늘어난 탓에 오바마를 '금세기 최고의 총기 판촉사원'이라고 비꼬는 포스터도 등장했습니다.

한편 총기 규제 찬성론자들은 AK-47 소총 사재기 열풍을 미국총기협회(NRA)가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NRA는 AK-47 소총 수입 금지 조처가 내려지자 "이번 수입 금지 조치가 미국 국내 총기 규제 정책과 겹친다는 점이 불안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습니다.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반면 총기 규제 찬성론자들은 NRA의 성명이 나온 지 나흘 만에 AK-47 소총 사재기 열풍이 시작됐다고 비난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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