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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신명 경찰청장 "차벽은 폴리스라인"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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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헌재결정과 배치되는 위험한 발상"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노컷뉴스

강신명 신임 경찰청장. 윤성호기자


강신명 신임 경찰청장이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차벽'(경찰 기동대 버스로 특정 장소를 둘러치는 행위)에 대해 "집시법에 따른 폴리스라인이라는 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강 청장은 1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벽이라는 용어를 써서 좀 그렇지만 이는 안전띠나 LED 라인, 플라스틱 라인 등과 마찬가지로 경찰 입장에서는 더 넓은 지역에서 활용되는 폴리스라인"이라고 말했다.

강 청장은 또 "(차벽은) 시민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운영됐다"며 "경찰과 집회참가자가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관리 차원에서도 (차벽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2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앞에서 농성을 벌이자 경찰버스 10여대와 병력을 동원해 유가족과 시민들의 왕래를 막았다.

또 25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이 개최한 세월호 단식기도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광화문광장을 100여대의 경찰버스로 둘러싸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조치는 '명백하고 중대한 위험이 아니면 차벽을 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6월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의 차벽을 사실상 위헌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회가 불법.과격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서울광장을 경찰 기동대 차량으로 둘러치고 일반시민 통행까지 금지한 것은 극단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헌재 결정은 차벽이 폴리스라인이 아니다거나 위법하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성과 합리성을 지켜서 최소한으로 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명백한 위험이 예상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차벽을 칠 수 있다는 논리다.

차벽을 폴리스라인이라고 규정한 강 청장의 이날 발언은 정부에 비판적인 집회.시위는 언제든 차벽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의사를 일선 경비 라인에 전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무분별한 차벽 설치도 우려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폴리스라인이라는 개념은 집회를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경계를 치는 건데 차벽은 일종의 장벽으로 집회를 대중과 분리시키고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며 "차벽을 폴리스라인으로 해석하는 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집회를 무분별하게 방해한다고 헌재가 위헌결정을 냈는데 차벽을 폴리스라인으로 해석하면 앞으로 일선 경비라인이 무분별하게 차벽을 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 현장의 질서유지선을 현장지휘자가 재량껏 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강 청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내 현 정권의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넘어 시위 자체를 억압하는 쪽으로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경찰청장 임명 직후부터 제기됐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역시 '경비통'으로 분류되는 구은수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이 임명된 것도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경찰 총수가 헌재에서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차벽'을 폴리스라인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칫 집회 현장 일선에 무분별하게 차벽을 설치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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