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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장 승률 0%' 김인경, 좌절보다는 고개를 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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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승부를 재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2m 파퍼트.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예전의 실수들이 ‘데자뷰’처럼 스쳐 갔다. 쳤는지 그냥 대고 말았는지 모를 순간. 퍼터를 떠난 볼은 애석하게도 홀을 지나쳤고, 다시 찾아온 연장전 불운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김인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 4주 연속 우승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연승은 오로지 국내 골프팬들의 바람이었을 뿐. 그는 4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쳤고, 연장 승률 ‘0%’라는 불행한 징크스를 안고 골프장을 떠나야 했다.

김인경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6476야드)에서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미국의 신예 오스틴 언스트(22)에게 패했다.

1∼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언스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 들어갔다.

‘승리의 여신’은 김인경을 외면했다. 연장전이 치러진 18번홀. 김인경은 대회 나흘간 이 홀에서 단 한 차례의 보기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김인경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 러프로 보낸 반면 언스트는 홀에서 멀기는 했지만 그린 위에 올렸다. 이후 언스트는 20m나 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붙인 후 가볍게 파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2m를 남기고 친 김인경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또다시 연장 불운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인경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그동안 다섯번의 연장전을 치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첫 연장전 패배 과정부터 유쾌하지 않았다. 신인이던 2007년 김인경은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2개 홀을 남기고 3타를 앞서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오초아가 누구인가. 당시 경기에만 나가면 우승을 일구던 여자골프 지존이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김인경의 뼈아픈 연장전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2010년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에서는 최나연(27·SK텔레콤), 김송희(26), 재미교포 김초롱 등과 연장 대결을 벌였으나 최나연의 들러리가 됐다.

가장 뼈아픈 순간은 역시 2012년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었다. 마지막 날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선두로 뛰어오른 김인경은 18번홀에서 30㎝짜리 파퍼트를 놓쳐 연장으로 끌려갔다. 당시 당황해 입을 막고 움직이지 못했던 김인경의 모습은 지금까지 안타까운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결국 연장전에 끌려간 김인경은 유선영(28·JDX멀티스포츠)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지난해 KIA 클래식에서는 스페인의 베아트리스 레카리(27)와 2차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며 지긋지긋한 연장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주변 시선을 피할 이유도 없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다는 것으로 자신감을 되찾으면 된다. 11일부터 열리는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더욱 단단해진 ‘김인경’으로 돌아오면 된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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