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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계부한테 흉기로 찔린 중학생 ‘죽은 척’ 해 위기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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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의붓아버지가 흉기를 휘둘러 목을 심하게 다친 중학생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죽은 척 하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일 동거녀의 아들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서모씨(4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4시10분쯤 울산시 남구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던 동거녀(41)의 아들 ㄱ군(14)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서씨는 한 달 전에 가출한 동거녀가 귀가하지 않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고 있던 ㄱ군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처음에는 ㄱ군의 목을 조르다가 ㄱ군이 저항하자 부엌에서 가져온 흉기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ㄱ군은 목 부위를 다쳤지만 왼팔로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지만 힘에 밀려 서씨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ㄱ군은 돌연 의식을 잃은 척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서씨는 ㄱ군이 죽었거나 정신을 잃었다고 보고 거실로 나가 자신의 손목을 자해했다.

ㄱ군은 서씨가 방에서 나간 사이 다치지 않은 오른손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ㄱ군과 서씨 모두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경찰관계자는 “ㄱ군이 ‘죽은 척 했더니 아버지가 방에서 거실로 나갔다’고 진술했다”면서 “무섭고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평소 생각하기 어려운 기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도 ‘갑자기 아들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ㄱ군이 재치를 발휘해 위기를 피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ㄱ군의 신고가 조금만 더 늦어도 두 사람 모두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ㄱ군이 발견된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아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심하게 다친 왼팔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씨도 현재 상처를 치료하며 회복 중이다. 서씨는 ㄱ군의 어머니 김모씨(41)와 10여년 동안 동거해 왔으나 최근 불화로 한 달 전 김씨가 가출해 돌아오지 않자 ㄱ군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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