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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진국 가계부채 줄 때 한국 연 8%씩 '나홀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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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풀고 금리내리자 8월에 1.3% 급증…"부채 건전성 계속 악화"

연합뉴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광화문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지헌 기자 =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 동안 한국의 가계부채는 매년 8% 넘게 꾸준히 늘었다.

가계부채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한 달 만에 은행권에서 1.3% 늘어 급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회원국 가계부채(비영리법인 포함)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8.7%에 달했다.

칠레(11.9%) 등 일부 회원국과 함께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OECD 상위권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가계신용)를 기준으로 봐도 2008년 말 723조5천억원인 가계부채 잔액이 지난해 말 1천21조4천억원으로 매년 8.2%씩 증가했다.

한국과 달리 대다수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지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2008년 말 13조8천억달러인 미국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0.7% 줄어 지난해 말 13조3천억달러다.

같은 기간에 일본도 325조4천억엔에서 311조1천억엔으로 매년 1.1%씩 줄었다.

독일과 영국은 각각 1조5천억유로와 1조4천억파운드에서 1조6천억유로와 1조5천억파운드로 연평균 증가율이 0.5%씩에 불과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은 기존 가계대출이 파산과 청산으로 디레버리징됐지만,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늘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볼 수 있는데도 한국은 올해 들어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리는 등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지난 1일 주택담보대출의 핵심 규제인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풀고 14일에는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주택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주요 은행 주택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97조7천억원에서 지난 28일 301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 만에 3조8천억원(1.3%)이 증가한 것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5.6%에 달하는 증가율이다.

정부는 LTV·DTI 완화로 가계부채가 우려할 만큼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LTV와 DTI가 합리화되면서 제2금융권 추가 대출이 없어져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처분소득이 정부의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규제 완화로 탄력을 받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부작용만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리테쉬 마헤시와리 전무는 지난 29일 국제금융센터 세미나에서 "한국 가계부채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부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63.8%로 독일(93.2%), 프랑스(104.5%), 미국(114.9%), 영국(150.1%)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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