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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업무 적응 못해 자살한 강력계 형사, 공무상재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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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공무상 재해"

항소심서 뒤집혀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강력계 형사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로를 하다 자살을 했더라도 이는 공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은 해당 경찰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했다고 보고 공무상재해로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조용구)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2006년 12월 경찰공무원에 임용된 A씨는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서 성실히 근무를 하던 중 약 5년 뒤 경찰서 형사계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후 A씨는 고민 끝에 형사계가 아닌 강력계 근무를 자원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변사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를 처리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평소 내성적이고 가정적인 성격이었던 A씨는 강력계 업무가 적성가 맞지 않고 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자 괴로워 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이 같은 심경을 자주 토로했고, 결국 팀장에게 파출소로 다시 전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기인사를 코앞에 둔 어느날 A씨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담배를 피고 오겠다며 식당을 빠져나간 뒤 홀로 모텔에 투숙해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며칠 뒤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근무 중 누적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헸다.

1심은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게 누적됐고 이로인해 극단적인 두려움과 괴로움을 겪었다"며 "평소 사랑하던 가족의 미래를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을 한 것이므로 이는 공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주된 자살 원인을 내성적이고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이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A씨는 강력계 근무를 자원할 당시 이미 불규칙한 근무형태를 잘 알고 있었다"며 "또 강력계 근무 기간이 5개월에 불과해 이같은 업무가 정신질환 등을 유발할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가 자살을 시도한 후 모텔 사무실에 찾아가 구조 요청을 했던 점 등을 보면 자살 당시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가정적이며 새로운 일이나 환경에 쉽게 적응이 안 되는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며 "업무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과 심리적 갈등이 고조돼 심리적 안정성을 잃은 상태에서 우발적 충동으로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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