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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베이징 3박에 27만원? 총액표시제 비웃는 저가상품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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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추가비용 강요는 없어졌지만 ...10만원 차이에 상품 품질 허술하지 않은지 따져봐야"]

머니투데이

베이징 798거리. 예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지구가 된 베이징의 명물로, 최근 패키지여행에서도 즐겨찾는 인기코스다/사진=이지혜 기자


디자인기업에 근무하는 윤은영씨(여·30세)는 추석을 맞아 해외여행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뜻밖의 상품을 찾아냈다. 9월8일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베이징 3박4일 상품으로 유류할증료(8만4000원)을 포함해 단돈 38만3000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텐진 노선을 이용하는데 이 왕복 항공요금만 34만7700원에 달했다. 그러나 윤 씨가 고른 이 상품의 가격은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상품 내역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가격 함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 상품은 케이블카(1만6500원)로 오르는 팔달령이나 모전욕 만리장성이 아니라 걸어서 힘들게 올라야 하는 거용관 만리장성을 방문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숙소 정보도 사전에 고시하도록 했지만 이 상품 세부 정보에서는 '특급호텔'이라고만 표시했다. 실제 이용하게 될 호텔이름은 '이틀 전 통보' 조건이다. 사실상 자신이 어디에 묵는지도 모르는 채 예약을 해야 한다. 선택 옵션 리스트에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천단공원과 명13릉 등도 보인다. 별도 20~30달러(2만~3만원)을 현지에서 지불해야 볼 수 있는 것.

지난 7월부터 광고표시법 관련 규정이 바뀌어 패키지 단체여행 상품가격에 유류할증료나 현지 입장료 등 현지에서 추가로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해 '총액표시제'로 광고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행사들이 이 총액표시제를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이나 태국 등 이전부터 30만~40만원대 저가 패키지 상품이 많은 곳은 여전히 총액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신문 광고에 등장한 한 패키지 여행상품은 대한항공과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천안문광장과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798예술거리 등을 둘러보는데 단돈 26만9000원을 내걸었다. 인력거투어(2만원)처럼 현지에서 추가로 돈을 내야하는 옵션을 총액에 넣지 않은 꼼수 가격이었다.

B여행사의 상하이, 항저우, 주자자오 방문 4일 상품도 32만9000원으로, 예원 관광(3만원)처럼 고객들이 현지에서 내야 하는 비용은 일절 포함시키지 않았다. 남경로와 신천지, 서호 등 입장료가 없는 코스는 포함했지만 황포강유람선(3만5000원)이나 동방명주탑(3만5000원) 등 입장료가 있는 옵션을 상품에 넣지 않는 식이었다. B여행사 관계자는 "당장 가격이 싸야 고객 예약을 받을 수 있으니 선착순으로 3명은 싸게 해주고 나중에 상품 금액을 더 올리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면왕조쇼나 인력거 투어가 유명한 곳을 찾아 놓고도 이런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무슨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껍데기 뿐인 여행상품으로 실제 비용은 이를 훨씬 웃돈다"고 밝혔다.

이지혜기자 im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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