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마지막 길까지 남몰래 떠난 '대구 키다리 아저씨'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년간 추석마다 구청 통해 쌀 기부… 올해 초 별세한 사실 뒤늦게 확인돼

매년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해온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 초 96세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추석을 앞둔 시점에 "저소득 주민, 사회복지관, 보훈 가족, 이북5도민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구 수성구청에 쌀을 기부하고는 사라졌다. 그가 기부한 쌀의 분량은 2003년 20㎏들이 500포로 시작해 작년의 10㎏들이 2000포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늘어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4억원을 웃돈다.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성이 박씨이며, 평안남도가 고향이고, 6·25전쟁 때 부산에 머물다 대구에 정착한 뒤 양복지 도매상을 했다는 정도다.

수성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은 "그동안 '키다리 아저씨'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올해 초 가족들이 '아버님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해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는 가족들 전언에 따라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박원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