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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월드리포트] "버거에서 세금 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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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거킹, 너마저

"제 와퍼에서 피클과 상추, 그리고 세금도 빼 주세요" 최근 트위터 상에서 버거킹에 관한 이런 농담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캐나다의 커피와 도넛츠 체인업체인 팀 홀튼을 인수해 캐나다로 본사를 옮긴 버거킹을 비꼬면서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 버거 값에 덧붙는 세금을 빼달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버거킹처럼 높은 법인세를 피해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미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3위 복제약 제조업체인 액타비스가 아일랜드 제약사 워너 칠콧을 인수하고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했습니다. 말린크로트제약과 페리고 등 지난 10년 간 47개 업체가 본사를 해외로 옮겼고 올해도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25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

미국의 법인세는 35%로 세계에서 아르헨티나와 함께 최고수준입니다. 여기에 주세와 지방세까지 더하면 40% 안팎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조세 회피를 위해 가려는 나라들의 세율은 어떨까요? 먼저 버거킹이 선택한 캐나다의 법인세율은 15%로 미국의 절반도 안 됩니다.

주요 IT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한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최저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22%로 프랑스나 일본, 중국, 영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한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법인세를 뺀 다른 환경들이 기업하기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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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탈영병' 편에 선 투자의 귀재

이런 가운데 그동안 부자증세를 주장하면서 이른바 '버핏세'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 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 오던 워렌 버핏 회장이 이번 버거킹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오바마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조세회피를 위한 본사 이전을 '기업탈영병'으로 비난하고 있는데 버핏 회장이 버거킹의 팀호튼 인수 자금 중 30억 달러를 우선주를 사는 방식으로 투자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두 건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버핏은 냉혹한 투자가인만큼 공식 자리에서 증세를 외칠 수 있지만 투자하기 전에 세금이 얼마나 될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최근에도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그레이엄홀딩스’ 지분을 판 점을 보면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세금은 적고 수익은 많은 곳에 투자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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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법인세 인하 논란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본사 이전이 미국의 조세제도를 바꿔 법인세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까요? 버핏의 투자가 미국의 조세제도가 경쟁력이 없음을 새삼 증명한 걸까요?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이런 조세회피를 위한 본사 이전 행태를 옹호하는 쪽은 기업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내려 많은 미국 기업들이 흔쾌히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고 비난하는 쪽은 당연히 반애국적인 행위라는 겁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민주당의 와이든 의원은 "기업들이 세무사와 변호사를 동원해 조세 제도상 허점을 노리는 것을 멍하니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심지어 의회의 승인을 거칠 필요도 없이 법인세를 독자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인세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법인소득이 대부분 상류층 가계에 들어가는만큼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다며 법인세 폐지하면 부족한 세금을 채우기 위해 개인에 대한 세금 추징이 가혹해지고 또 다른 조세회피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폐지 찬성 쪽은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 부과를 강화하면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며 세금을 줄이려고 기업을 옮기는 것을 두고 애국심 논쟁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매도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앞서 본 것처럼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인데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낮추려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강력한 불매운동과 언론의 비판, 여기에 특별세무조사와 검찰수사까지 이어지겠지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기업 이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우식 기자 kw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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