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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명절이 서러운 학교 당직기사들…"제사라도 지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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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명절에 제사라도 지낼 수 있었으면…"

주말엔 3박4일, 공휴일 낀 주말은 4박5일, 명절 낀 주말은 5박6일,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 포함 6박7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평균 연령이 70대인 학교 당직기사들이 휴일과 명절에 아무도 없는 학교를 홀로 지켜야 하는 시간이다.

학교 당직기사는 평일 야간과 휴일에 학교 시설을 보호, 관리하는 인력으로 과거 교원 등의 숙직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대구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 당직기사의 73.5%가 66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초고령자도 전체의 6.7%나 차지한다.

전국의 초·중·고 1만274곳 가운데 71.1%인 7301개 학교가 당직기사를 단 1명만 채용하고 있다. 2인 이상 채용한 학교는 고작 325곳(3.1%)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교는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학교에 단 1명 뿐인 당직기사들은 평일 오후 4시30분에 학교로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16시간 동안 근무한다. 식사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말의 경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월요일 오전 8시30분까지 3박4일 동안 근무를 선다. 공휴일이나 명절이 낀 주말에도 그 기간만큼 학교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6800시간에 육박한다. 월 평균 560시간, 주당 근무시간은 140시간 가량이다.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의 3배나 되는 셈이다.

하지만 월평균 임금은 고작 110~120만원 수준이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용역업체 소속인데다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해 계약서 상에는 하루 평균 근로시간을 7시간 안팎으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 당직기사들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기는 커녕 단 하루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실정이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직기사로 근무하는 송모(70)씨는 "명절만 되면 서럽다"며 "학교와 교육청에서 '늙었다고 무시하나'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교 당직기사는 "명절에 제사라도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교육청에서는 문을 잠그고 집에 다녀오라고 하지만 교장과 용역업체의 눈치에 그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 대구지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당직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당직기사의 근무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고령화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이자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 보다도 평균연령 70대인 당직기사들이 겪고 있는 비인간적이라고 할 만큼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교대제를 도입하고 유급 근로시간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직기사의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법적으로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2교대를 도입할 경우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 차원에서도 당직기사들의 고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에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명절에도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gi02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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