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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1세기 전쟁의 새 트렌드는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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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21세기 전쟁 트렌드는 ‘하이브리드’(hybrid)와 ‘융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20세기 고전 군사전략과 21세기 커뮤니케이션ㆍ경제 전략을 융합한 ‘새로운 전쟁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선 이슬람국가(IS)가 알카에다의 테러기술과 후세인 정권의 군 전투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IS, 알카에다 테러 기술에 후세인 군 전투력의 효과적인 조합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IS가 군사적 기량과 테러 기술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며 군과 테러리스트의 혼합(hybrid) 효과를 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IS 지도부 가운데엔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군 요직에 있었던 이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이들을 부카 캠프에 수감될 당시에 만났고, 탈옥 이후 IS를 이끌면서 이들을 직접 끌어왔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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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이란 Pres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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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이라크 관료로 후세인 정권에서 중령 계급에까지 올랐던 파델 알 하얄리는 현재 이라크 지역 IS무장세력을 담당하고 있다. 이라크군에서 중령으로 복무했던 아드난 알 스웨이다위도 IS 군사위원회 수장을 맡고 있다.

NYT는 이같은 지도부의 계보가 미 정보관계자 뿐만 아니라 이라크 군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IS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사실들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여러 해 미국과 싸우며 테러 기술을 체득하고 지역에 대한 지식도 쌓아 IS는 군과 테러조직이 효과적으로 융합된 단체가 됐다고 NYT는 평가했다.

미국 침공과 안정화 당시만 해도 경쟁력이 없었던 무장세력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군 인사들을 끌어모았고 한 전직 이라크 군 장성은 IS에 합류하라는 협박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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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이란 Pres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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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디의 측근 대리인들은 지역 통치자인 12명의 왈리스, 전쟁 관련 내각인 3명의 장관과 재정, 포로관리, 모병 등을 담당하는 8명의 담당자들로 구성돼있다.

이라크 전문가인 히샴 알하시미는 NYT에 바그다디의 20여 명 측근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후세인 정권 당시 군 관료를 지냈고 거의 대부분이 포로로 잡혀 감옥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고전과 미래 전략의 조화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세기식 정신무장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세기 전략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가 1000명이 넘는 군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며 이를 증명할 위성사진까지 공개했지만, 러시아는 눈 한 번 감지 않고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FT는 전통적인 군사행동은 그저 일부분에 불과하고, 대신 새로운 강력한 수단으로써 발전된 의사소통기술과 경제적 상호의존성 등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토는 이같은 분쟁의 형태를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라고 부르고 있다. 러시아에 있어 군사력은 단지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장기적 목표와 함께 유연한 전략을 취하면서 광범위한 적대행동을 보인다.

전 나토 최고연합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터프츠대 플레처대학원 학장은 올더스 헉슬리의 저서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언급하면서 “우린 멋진 신세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두렵고 불안정한 세상이며, 잠에서 깨어나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정부ㆍ외교시스템 등 컴퓨터 체계가 ‘스네이크’로 불리는 악성 프로그램에 의해 감염돼 마비되기도 했으며 러시아는 가스 공급 중단 등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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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이란 Pres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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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리주의 반군이 말레이시아 항공 MH17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크림반도 합병 과정에선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즈가 투입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나단 에얄 국제국장은 “이렇게 발생한 것들은 대개 국제법상 큰 위반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에 대한 규제를 정의하기 위해 200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부대마크가 없는 군을 보내고, 얼굴도 붉히지 않고 누구든 상점에서 전투복을 살 수 있다면서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가 한 달 뒤에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예전과 같은 길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전쟁 규제를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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