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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연예기자24시]YG의 오디션 사랑, 잔인한 ‘생존의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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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으로 데뷔한 YG 신예 그룹 위너(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적자생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비단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매년 수 십명의 신인이 쏟아져 나오는 가요계에도 잘 적용된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Mnet, 그리고 거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손을 잡고 또 한 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믹스앤매치’(MIX & MATCH)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YG의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다.

Mnet '쇼미더머니3' 후속 프로그램이지만 정확히 이야기 하면 요즘 가장 '핫(Hot)' 한 그룹 위너를 배출한 ‘윈(WHO IS NEXT : WIN)’의 시즌 2다. 트렌드를 이끄는 YG의 신인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들에 대한 주목도는 높다. 앞선 출연자들은 '서바이벌'이라는 스토리텔링에 팬 심(心)이 결집돼 데뷔 전 이미 인기 아이돌 자리매김했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1년 전 ‘윈’에서 A팀이 승리해 ‘위너’ 멤버가 확정된 후 “경합에서 진 팀은 해체하거나 재조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경합에서 진 팀은 데뷔하지 못한 채 다시 연습생 신분을 유지해야 했다.

아쉽지만 그것이 서바이벌 오디션의 묘미다. 이러한 요소는 더욱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이번 '믹스앤매치'에서는 비아이(B.I), 바비(BOBBY), 김진환, 송윤형, 구준회, 김동혁이 속한 '윈 B팀' 멤버들과 다른 연습생 3명을 포함한 총 9명이 경합한다. 이를 두고 팬들은 '또 경합을 시키는 YG가 너무 잔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한켠 부푼 기대도 품고 있다. 어찌 됐든 '윈 B팀'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고, 이들의 성장 과정과 대중의 선택에 의해 한 팀은 무조건 데뷔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 YG 자체 오디션과 다를 바 없다. 양현석은 데뷔 직전까지도 멤버 구성에 고심을 거듭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외모 보다 음악적 역량이나 가능성을 중요시 하는 양현석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그는 대중의 선호도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 상장사로 거듭난 YG다. 대중적 인기와 음악적 고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속셈이다. YG는 현재 SBS 'K팝스타', Mnet '쇼미더머니'와 '믹스앤매치('윈'의 시즌2) 총 3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이어 발을 담갔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단맛을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공백기가 없다. 피로감이 느껴진다. 애초 가요계에서 양현석의 '약속'을 순진하게 받아들인 이는 적었다. 어차피 방송에서 얼굴을 알린 멤버들은 언젠가 데뷔를 하더라도 여느 신인과 다르다. 인지도와 인기도에서 이미 다른 신인을 능가한다. 당장 데뷔하지 못했을 뿐 어줍잖은 2~3년 차 중소기획사 아이돌 그룹보다 훨씬 많은 팬덤을 거느렸다.

완성도 있는 신상품을 한꺼번에 내놓는 기업은 없다. 마케팅 전략상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프로모션 집중도가 떨어진다. 기획사에서 움직을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 방송사와 협조해 꾸준히 우려 먹을 수 있는 기획 아이템을 한 번에 털어 써먹기도 아까울 테다. 방송사는 '광고 수익'을, YG는 매스미디어의 힘을 공짜로 빌렸다.

Mnet의 노림수 역시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명사 '슈퍼스타K'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YG의 일개 '신인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전파를 빌려주는 이유는 결국 다 이해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명분은 많다. 그들도 기업이다. 다양성 측면에서 여러 음악 방송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Mnet을 비판할 명목은 적다.

문제는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의 '로맨스'가 달콤할수록, 중소기획사의 고충은 더욱 깊어진다는 점이다. 가요계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력파 뮤지션이 여럿 소속돼 있는 A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굴한 우리 신인 가수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 그룹에 밀려 방송 출연 한 번 못했다"고 하소연 했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다.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조차 대형기획사 연습생이 나오는 시대다. 반면 중소기획사 신예는 홍보 성격을 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려면 일정 부분 제작비를 부담해야 한다. 비약하면, 방송사의 돈벌이 수단 중 하나인 처지에 불과하다. 자본과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기획사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 관계자는 "매체와 콘텐츠 제작이 분리됐던 과거와 달리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가 콘텐츠 제작 유통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인식하면서 기존 시장과 상충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요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YG의 전략만도 아니다. 가요계를 넘어 배우·MC 부문, 드라마·예능 제작까지 나서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방송가 영향력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또한 YG나 SM도 처음부터 대형기획사는 아니었다. 그 외 여러 기획사도 한 번쯤 시도해봤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뿐이다.

연예 콘텐츠 유통에 있어 방송의 힘은 막강하다. 대형기획사의 끼워팔기식 신인 키우기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소위 '연예 바닥'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럴 수 있다. 다만 한 연예계 관계자는 "과하면 '생존의 법칙'이 아닌 '반칙'이다"고 말했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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