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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요양병원 사망보험금 고작 340만원··'의무'없는 의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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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종 재난에 대비한 의무보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는 50개가 넘는 의무보험이 있지만 피해자 구제 기능은 못한 채 유명무실하다. 소관부처가 제각각이고 관련법도 다르다. 가입대상, 실제 가입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2회에 걸쳐 국내 의무보험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의무'가 없는 '의무보험' 실태는]上 유명무실 의무보험, '관리사각'지대]

#.지난 5월 전남 장성의 노인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피해자 가족이 받을 사망보험금이 고작 1인당 평균 34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병원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문제는 법령 미비로 별도의 보상금 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병원측이 1인당 1억원, 1사고당 1억 한도의 보험에 가입한 탓에 1억원을 29명이 나눠야 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나라 의무보험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50여개의 의무보험이 존재하지만 굳이 가입하지 않더라도 패널티가 없는 보험이 상당수고, 일부는 보상한도가 명시되지 않아 피해자 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등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의무보험을 하나씩 양산하지만 기존 보험조차 관리되지 않는 실정이다. 소관부처, 관련 법 등이 제각각이다보니 국내 의무보험의 가입규모와 가입률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50여개 의무보험 "가입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의무보험은 배상책임보험 35개(23일부터 시행된 연안체험활동 보험도 포함), 보증보험 18개 등 총 53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무보험은 교통사고, 화재, 가스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배상능력이 없어 피해자 보상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서 강제한 보험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선진국 대비 의무보험이 많은 편이지만 대다수는 '유명무실'하 ㄴ보험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리 감독이 잘 되고 있는 자동차책임보험을 제외한 국내 의무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3370억원(보험개발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중 3분의 1가량(1358억원)은 건설공사 의무보험 관련 실적이다.

머니투데이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가입 대상 시설규모는 해당 부처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의무보험의 통계집적 시스템이 없다보니 실제 가입률이 어느정도인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의무보험은 보험가입 불이행 시 벌칙·과태료 규정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한마디로 가입 '의무'가 없는 '의무보험'으로 방치된 셈이다.

◇똑같은 사망사고라도.. 보험금은 천차만별=의무보험은 기본적으로 시행령, 시행규칙에 보험가입 보상한도액을 정하고 있으나 일부는 해당부처의 관리 태만 속에서 보상한도액이 정해지지 않았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인한 사망자 보험금이 터무니 없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피해액을 보전하는데 보험금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보험금 '통일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같은 사망사고라 해도 어떤 의무보험이냐에 따라 보험금이 천차만별. 예컨데 수상레저보험은 사망기준 1인당 1억원 한도지만 수련시설배상책임보험은 8000만원. 법령상 보상금액이 규정돼 있지 않은 체육시설업자보험은 보험사 운영 기본보상액이1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형식적이다.

가입대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체육시설업자배상책임보험'은 골프장, 스키장, 수영장 등이 가입하는데 체육도장, 테니스장, 체력단련장 등 이용자가 많은 소규모 시설은 정작 가입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배상자력이 부족한 시설을 의무가입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의무보험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노래방, 영화관 등 다용이용시설이 가입하는 의무보험은 화재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고 건물 붕괴 등 기타 재난에는 무방비 상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세월호 참사 이후에 각종 재난에 대비한 의무보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 세월호의 청해진해운 같은 여객운송업자가 가입하는 의무보험이 도입됐고,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재난관련 의무보험 역할 강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50여개의 의무보험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무늬만 의무보험'이 또다시 양산될 공산이 크다. △도시가스배상책임보험은 산업통산자원부가 주관부처이고, △수상레저보험은 해양경찰청, △학원배상책임보험은 교육부가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관리가 될 기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액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무보험은 보험사가 계약을 거절하는 사례고 왕왕 있다"면서 "이왕 도입된 제도라면 총대 메고 가입을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화순기자 fire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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