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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국내 절도범들이 대마도서 반입했다가 몰수된 ‘두 불상’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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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금동관음보살좌상

서산 부석사 주존불일 가능성

유출 경위 법적 판단 전엔 ‘묶인 몸’

동조여래입상

유출 기록없어 ‘일본 반환’ 여론에

검찰선 “쉽게 정할 수 없다


대전시 대덕단지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실 수장고에는 불상 두 점이 검찰의 접근 금지 딱지가 붙여진 채 보관되고 있다.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카이진 신사와 간논사라는 절에서 국내 절도범들이 훔쳐 반입했다가 당국에 압수된 뒤 연구소가 위탁 보관중인 14세기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나카사키현 지정문화재)과 8~9세기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일본 중요문화재)이다. 불상은 법적인 문제가 풀릴 때까지 일체의 전시·연구 등이 불허된 탓에, 먼지를 터는 보존처리 정도만 거쳤을 뿐이다. 직원들도 허락 없이는 만질 수 없다.

각기 고려와 신라의 조형미를 갖춘 수작으로 꼽히는 두 불상은 현재 국내법상 어떤 지위일까? 뜨거웠던 반환 공방에 견줘 불상을 보관중인 문화재청과 관리권을 쥔 검찰, 법원의 속내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두 불상은 앞으로도 당분간(혹은 아주 오랫동안) 온전한 소장처를 찾아갈 수 없는 처지다. 올해 1월 절도범들 혐의가 확정되면서 두 불상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몰수판결이 내려졌고, 검찰은 8월초 판결을 집행했다. 몰수집행은 점유권을 범죄자로부터 가져오는 행위다.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유권을 가리는 전문적 조사와 반환 여부를 둘러싼 법리 검토, 지난한 외교협상이 필요하다. 문화재청 쪽은 “이달 초 법원 쪽에서 전화로 압수조치는 완료됐으나 처리 문제는 내부 이견이 있어 논의중이며 처리방침이 정해지는대로 통보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의 경우 수십년 전 불상 뱃속의 복장 유물을 분석해보니 충남 서산에 현존해온 부석사의 중심부처 주존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고려말 서해안 왜구의 강탈설이 어느정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정황이었다. 이 때문에 절쪽과 신도회는 도난불상이 국내에 들어온 사실이 알려진 뒤 반환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지난해 2월 대전지법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유출경로가 제대로 드러날 때까지 반환을 불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출 경위가 충분히 파악됐다는 법적 판단이 있을 때까지는 기약 없이 붕 뜬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보관 외엔 일체 접근이 금지된 탓에 법원의 구체적인 처리 방침이 나와야 불상 세부 정보나 반출 경위 등의 조사가 가능하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불상 색깔이나 조형적 특징이 고려 것과 달라 부석사 불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까지 흘러 나와 앞으로도 험난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조여래입상도 해법이 간단치 않다. 이 불상은 유출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법원 판결도 적용되지 않았다. 문화재환수운동가 혜문 스님이 반환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겨레>23일치 1, 4면)할 정도로 한·일 학계, 시민사회에서 반환여론의 공감대가 폭넓다. 그런데, 정작 불상을 몰수한 검찰은 “반환여부를 쉽게 결정할 사안이 절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강경필 대검찰청 검사장은 “먼저 반환이나 불가 방침을 밝힐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소유권 미정인채 몰수가 집행됐으므로 일본 쪽이 피해자로서 소유권을 돌려받겠다는 ‘교부청구권’을 먼저 행사해야 검토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형사소송법 484조에는 몰수 집행 뒤 3달 안에 정당한 권리있는 자가 몰수물 교부를 청구한 때는 검사는 파괴 또는 폐기할 것이 아니면 이를 교부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일본 쪽이 청구하면, 검찰이 법리적 역사적 검토를 거쳐 반환 여부 등을 결정하며, 그뒤 후속 절차가 나오든, 반환불가로 일본 정부가 다시 소송을 내든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두 점 모두의 반환을 요구해온 일본 정부가 동조입상 한 점만 찍어 돌려달라고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문화재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제법과 외교 쟁점이 걸린 사안이라 일본이 교부청구권을 행사하는 일반적 절차보다는 외교 창구를 통한 반환 교섭으로 갈 공산이 훨씬 크다”고 내다봤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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