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갈수록 싸늘해지는 민심…靑·與·유가족도 궁지

댓글 3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靑, 면담요구 계속 거절 ‘불통’ 자초

與, 식물국회 해결 못해 ‘무능’ 논란

세월호 정국에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대상은 민심과 동떨어진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새정치민주연합뿐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당인 새누리당,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당사자 모두가 상처를 입거나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세계일보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권은 정국 경색이 깊어질 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주체인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안을 두 번씩이나 파기한 새정치연합에 비해선 정치적 손해를 크게 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식물 국회’를 해결하지 못해 몇달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무능력한 여당’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 6월 조사 대비 1.1%포인트만 올랐다. 여당의 정국 대응에 별다른 지지 움직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현 정국 파행이 계속된다면 새누리당도 지지층 이탈을 겪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다른 국정 현안도 해야 한다”며 “저희가 더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박영선 “아직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오전 의원총회 회의장으로 이동하면서 당의 향후 투쟁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재재협상’을 원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새누리당의 고심을 깊게 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재합의와 재재협상에 각각 찬성하는 응답은 48.5%, 43.5%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중앙일보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재재협상 지지 의견(51.5%)이 재합의 지지 의견(46.1%)보다 높았다.

청와대는 ‘직접 개입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 청운동주민센터에서 연일 노숙농성을 벌이고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온건파 “국회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황주홍, 김동철 의원(오른쪽부터)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장외투쟁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청와대는 면담 요구에 침묵하고 있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견해는 49.5%로,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견해와 같았다. 박 대통령이 유가족과의 면담을 계속 거절한다면 ‘불통’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세계일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두번째) 등 원내 지도부가 2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들과 면담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유가족들도 싸늘해지는 민심과 직면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새누리당과 두 차례 면담하는 등 정국의 한복판에 섰지만 악화된 여론과도 마주 서게 됐다. 거듭된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진상조사위 부여는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400만명의 국민이 세월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한 상황과는 대비된다.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 한성식 부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경제법안이 발목이 잡힌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는데 저희도 억울하다”며 “저희가 이 사태를 만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이 더 맺힌다”고 토로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