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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름빵’ 4500억 대박, 작가가 손에 쥔 돈은 1850만원… 악습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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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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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단행본으로 나온 어린이 그림책 '구름빵'은 일본, 프랑스, 독일 등으로 수출되며 지금까지 4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구름빵은 2차 콘텐츠로 가공돼 TV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제작됐고, 이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 그림책이 창출한 경제가치는 4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름빵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구름빵의 작가인 백희나 씨(43·여)는 '대박'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가 구름빵을 통해 손에 쥔 돈은 1850만 원에 불과했다. 대신 대부분의 수익은 출판사가 가져갔다. 2004년 당시 무명작가였던 백 씨가 출판사와 계약을 할 때 2차 콘텐츠 등을 만들 수 있는 권리 등 저작권 일체를 출판사와 '매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매절 계약이란 출판사와 저작자가 계약을 맺을 때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저작물 이용으로 생긴 장래수익을 모두 출판사가 갖는 계약을 뜻한다. 주로 무명작가나 신인작가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때 관행처럼 이같은 계약을 맺어왔다.

동아일보 보도로 백 씨의 사례가 알려지자 출판업계의 갑을(甲乙) 관계가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고 "'구름빵' 작가가 거둔 수입이 20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롤링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출판업계와 정부가 여러 차례 공청회를 열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막는 조치를 들고 나왔다.

공정위는 전집·단행본 분야의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출판사에 대해 저작권 양도계약서 등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28일 밝혔다. 출판사가 2차 저작물 권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을 막고 원저작자가 저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만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제 2의 백희나'가 생기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우선 복제권, 공연권, 전시권, 대여권 등 저작권과 2차 저작물 작성권 일체를 출판사에 매절하도록 한 조항을 시정토록 했다. 대신 저작자가 출판사에 저작권 양도 여부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2차 저작물 작성권은 별도 특약에 따라 양도를 결정하도록 했다.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출판과 동시에 출판사에 넘기던 관행이 고쳐진 것이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먼저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던 것은 출판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저작자의 재산권을 가로막던 불공정한 조항을 고친 것으로 앞으로 저작자는 자유롭게 저작권을 제3자에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자동으로 갱신되던 출판사의 출판권한은 축소된다. 지금까지는 저작자가 계약만료 전 해지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5년, 7년 동안 출판사의 출판권이 자동으로 보장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 저작자가 출판사에 해지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출판권이 자동으로 갱신된다. 자동갱신 기간은 1년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창작자의 권리보호에 힘써 정부의 4대 국정지표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 쓰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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