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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편의점 범죄 느는데 외면받는 '무선비상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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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잦은 교체로 교육부족

업주는 비용든다며 설치 꺼려

“무선 비상벨이요? 저기 금고 안에….”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을 찾아 “무선 비상벨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종업원은 그걸 왜 찾느냐는 듯 무심한 얼굴로 금고를 가리켰다. 그는 “무선 비상벨을 주머니에 넣어놓으면 물건을 나르거나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할 때 떨어져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경찰이 편의점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4월 도입한 ‘무선 비상벨 시스템’이 홍보와 편의점의 경각심 부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서울시 내 403곳의 편의점에 무선 비상벨이 보급됐다. 무선 비상벨은 편의점 직원이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다가 범죄 등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누르면 경찰에 자동 신고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수화기를 7초 이상 들고 있으면 112에 신고되는 ‘무다이얼링 시스템’이나 근거리통신망(NFC) 칩이 내장된 스티커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시스템이 편의점 범죄 신고에 활용됐다. 기존 시스템은 범죄 발생 시 종업원이 수화기나 스티커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하고, 수화기가 잘못 내려져 신고가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경찰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편의점 범죄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은 영업 특성상 현금을 많이 취급하고 심야에 종업원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4일에는 김모(28·여)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을 위협해 45만원을 빼앗은 뒤 또 다른 편의점에서 범행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22일에는 탈영병이 경기 용인시의 한 편의점에서 여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돈을 빼앗으려 하기도 했다.

이처럼 편의점 대상 범죄가 끊이지 않지만 무선 비상벨을 이용한 신고는 4월 268건에서 5월 240건, 6월 184건으로 매달 감소 추세다. 통계에는 경찰이 점검을 나가 눌러 본 건수나 오작동 건수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신고 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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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직원이 비상시 휴대용 비상벨을 눌러 112에 신고를 접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 연합


경찰이 서울시의 예산 수천만원을 받아 구축한 무선 비상벨 시스템이 외면받는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홍보·교육 부족이 꼽힌다. 한 편의점 업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종업원들이 교대를 하고 일찍 그만두기도 해서 모두에게 자세히 설명하거나 교육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편의점 근무자 대부분은 무선 비상벨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다.

또 편의점 업주들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시스템 설치를 꺼리고 있다. 한 업주는 “매달 4500원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선뜻 신청하기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필요성을 잘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협회 등을 통해서 무선 비상벨을 홍보하고 시스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점차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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