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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창원버스 출입문 열었지만…순식간에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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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차오르고 물살 거세져 승객들 탈출 못하고 참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시내버스 사고 실종자를 수색 중인 정부 합동대책반은 27일 시신 4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합동대책반은 이날 오전 10시23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등대로부터 송도 방면 500m 해상에서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찾는 등 이날 오전 송도섬 인근 해상에서 신원 미상의 60대 여성 시신과 박모(40)씨, 운전사 정모(52)씨 등 시신 4구를 수습했다. 이로써 지난 2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모두 시신 6구를 수습했고 승객 1명만 실종된 상태로 남았다.

세계일보

경남경찰청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곡천에서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간 시내버스 운전석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일부 복원해 27일 공개했다. 사진은 버스가 교각에 충돌하기 직전 탑승객들이 탈출하려고 출입문 쪽으로 모이는 긴박한 순간을 캡처한 것이다. 창원=연합뉴스


경남경찰청은 이날 사고 직전 시내버스 내부 모습이 담긴 38초 분량의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내부 출입문·승객석, 외부 전방·측면을 비추는 블랙박스 4대를 복원한 이 영상은 지난 25일 오후 2시46분51초부터 시작한다.

블랙박스에는 우회길인 하천변 농로에서 차체 아랫부분과 바퀴가 거의 잠긴 상태로 운행하던 버스가 오후 2시47분6초에 한 차례 충격을 받은 듯 버스 손잡이와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고, 6초 뒤에는 하천으로 추락한 듯 동력을 잃고 급류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위험을 인지한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 쪽으로 몰려나오자 운전기사 정모(52)씨는 47분24초에 앞 출입문을 개방했으나 바깥에 물이 높이 차오르고 물살이 거센 상황이어서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탈출 시도 직후인 47분29초에 교각에 부딪힌 듯 흔들리며 영상이 끊겼다. 급류에 휩쓸린 지 17초 만에 교각에 충돌한 버스는 기울면서 하천에 그대로 잠겼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폭우 때 부산 동래구 모 오피스텔에서 실종됐다가 다음 날 발견된 건물관리자 조모(40)씨는 동료를 먼저 대피시킨 뒤 또 다른 직원을 찾아나섰다 변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사고 당일 오후 2시40분쯤 건물 지하 4층으로 내려가 휴게실에 있던 환경미화원 2명에게 “여기 있으면 큰일 난다”며 지상으로 대피시킨 뒤 자신은 동료 직원을 찾기 위해 계속 지하공간을 둘러본다며 내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먼저 대피한 환경미화원(65)은 “조씨가 아니었으면 우리 둘이 목숨을 잃었을 텐데 정작 조씨가 빠져나오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며 “조씨는 동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더 찾아보겠다는 말을 한 뒤 아래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숨진 조씨가 찾아나섰던 직원은 나중 지상층에서 살아 있었다.

부산·창원=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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