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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50일간의 전쟁’ 2200명 희생자만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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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이스라엘-하마스 무기한 휴전 합의

하마스, 국경봉쇄 전면해제 실패

“전쟁 대가 내세울 게 없다” 평가

‘반이스라엘 정서’ 국제사회 번져

이스라엘도 손실 만만찮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를 상대로 본격적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시작된 ‘가자전쟁’이 50일 만에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면서 끝났다. 이번 전쟁은 교전 기간으로도 가장 길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2143명에 이르는 등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관련해 큰 소득을 얻지 못해 가자지구 현실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7일 “이집트의 중재로 7주 동안의 전투를 끝내는 장기 휴전이 26일 저녁 7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며 “가자시티 거리들에서 ‘승리’를 연호하는 축하행사가 일부 있었지만, 진실은 하마스가 휴전 합의 대가로 특기할 만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마스는 휴전 협상 때 요구했던 국경 봉쇄 전면 해제를 얻어내는 데 끝내 실패했다. 다만, 한달 내에 항구·공항 건설 허용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어려운 이슈 논의는 뒤로 미룬 것”이라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 2143명이 살해당하고 1만1000여명이 부상한 전쟁의 대가치고는 내세울 만한 게 거의 없다”고 짚었다.

가자지구의 피해는 극심하다. 유엔은 2100여명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70% 이상이 무고한 민간인이라고 추정한다. 레바논 일간 <알아크바르>는 사망자 명단에 생후 24일 된 아기부터 99살의 노인까지 포함됐다고 전했다. 특히 18살 이하 미성년 사망자는 600명에 육박해 4명 가운데 1명꼴이었고, 어린이·여성·노인 등의 피해가 컸다. 하마스가 2008년 말~2009년 초에 22일, 2012년 말 8일 동안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지만 각각 1400여명과 150여명이 숨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피해 규모가 압도적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에 4살 어린이 1명 등 6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70명이 숨졌지만 절대다수가 군인이었다.

휴전 합의안을 보면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각각 국경 봉쇄를 완화해 생필품과 구호물자, 건축자재 반입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항구와 공항 건설 허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밖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에서 국경 300m 이내 지역을 안보 완충지대로 정해 주민 접근을 금지시켰는데, 이를 100m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가자 해변 조업구역을 3해리(5.6㎞)에서 6해리(11.1㎞)로 늘렸다. 이는 이번 전쟁 이전에 마지막으로 충돌했던 2012년 말 합의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봉쇄 완화안에 몇가지가 부수적으로 더해졌을 따름이다.

무장투쟁 노선을 한 축으로 한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이스라엘은 자국 쪽 국경과 지중해 방향 해로를 전면 봉쇄해 고사 작전으로 대응했다. 게다가 지난해 군부 쿠데타로 들어선 이집트 정권도 자국 쪽 국경 봉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는 무역과 생필품 조달 등 기본적 경제활동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감옥이 됐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 중 휴전 조건으로 봉쇄의 전면 해제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합의안은 전쟁 초기에 이집트가 제안했던 옹색한 국경 완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마스 지도부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저항의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2100여명의 핏값이 헛되이 치러졌다는 비난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다만 <비비시>는 “이번 합의에 대한 팔레스타인 일반인들의 평가는 엄격한 국경 통제 완화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넓게 이뤄질지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과시했지만 손실도 만만치 않다. <비비시>는 “이스라엘은 이번 전투로 하마스가 초토화 되는 타격을 입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하마스는 장기 군사작전을 견딜만한 충분한 회복 능력을 입증했다”고 짚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실상 학살되는 전쟁 상황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 반이스라엘 정서가 커졌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휴전 발표를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 유엔 등은 일단 협상 타결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6일 방송 연설을 통해 “가자는 세번의 전쟁을 치렀지만 우리는 1~2년 뒤 또다른 전쟁을 치러야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상태로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것을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국가건설 평화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직접 제기할 뜻을 비쳤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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