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0점을 쏘다니'…양궁대표팀, 야구장 훈련서 예방주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양궁 컴파운드 대표팀이 야구장에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남녀 국가대표 8명의 소음 적응훈련에서는 평소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나왔다.

여자부 윤소정(울산남구청)의 화살이 과녁을 완전히 빗나가 0점으로 기록된 것.

컴파운드는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활인 리커브와 달리 화살이 직선에 가깝게 날아가는 기계활로 사격과 비슷한 정확도를 지니고 있다.

망원 조준경이 달린 데다가 사거리도 리커브보다 20m 짧은 50m이라서 명중률이 더 높다.

국내 최고를 자랑하고 국제 대회에서도 선전하는 컴파운드 대표팀에서 0점이 나온 것은 생소한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양궁협회가 야구장 훈련을 기획한 것도 구름관중의 소음과 큰 무대를 경험해 빅매치에서 엄습하는 긴장에 익숙해지려는 것이었다.

컴파운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대표팀은 작년부터 세계무대 나들이를 시작했다.

선수들이 큰 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적은 까닭에 아시안게임 때 순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컴파운드는 화살이 거의 모두 10점 구역에 꽂히기에 0점이 나오면 사실상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특색이 있다.

실제로 이날 1엔드까지는 여자대표팀이 58-56으로 앞섰으나 2엔드에서 윤소정의 실수가 나온 이후에는 점수 차를 만회하지 못하고 결국 220-226으로 패했다.

그러나 대표팀 동료는 아무도 윤소정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오히려 반겼다.

아시안게임 실전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할 값진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영술 한국 총감독은 "리커브 대표팀은 야구장에서 소음 적응훈련을 몇 차례 했지만 컴파운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까지의 연습 환경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곳에서 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너무 긴장해서 조준경을 조율하지 않고 활을 쏜 통에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에는 여유가 있었는데 생소한 환경에서 정신이 사나웠던 것 같다"며 "속이 상하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궁은 고도의 심리게임으로 긴장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궁사의 화살은 10점을 빗나갈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관중의 소음이 심하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의 플레이나 얼굴이 방영돼 중압감을 주는 메이저대회 분위기를 내는 곳으로 야구장을 지목하고 특별훈련을 기획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