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버핏세 주장한 오바마, 버거킹 본사 캐나다행에 당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절세 위해 캐나다 체인 인수… 공화 공격 빌미 된데다 인수자금 댄 버핏과 결별 모양새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이 세금을 아끼려 캐나다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 버거킹 세금 회피 논란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투자가 워런 버핏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 25일 캐나다 커피·도넛 체인 팀호튼을 약 1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인수 계약은 버거킹 본사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옮기는 조건으로 체결됐다.

버거킹은 미국에서 35%의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캐나다로 옮기면 26.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라 불리는 기업들의 신종 절세 수법이다.

오바마는 한 달 전쯤 기업들의 이러한 수법을 “비애국적인 세금 회피”라고 비난한 바 있다. 버거킹의 경우 미국에 수천개 매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본사가 캐나다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캐나다 정부에 내게 되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특정 거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기업이 단지 서류 몇 장을 고쳐 국적을 바꿈으로써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셔로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오하이오)은 버거킹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오바마는 재무부에 대통령 직권으로 기업들의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공화당은 미국의 법인세율이 높아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며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할 태세다.

이 인수·합병에 30억달러를 대기로 한 억만장자 버핏도 도마에 올랐다. 세계 3위의 부자인 버핏은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했고, 부자 증세를 내용으로 한 이른바 ‘버핏세’를 주장했다. 하지만 한 달 전 오바마의 세금 바꿔치기 비판에 버핏은 “버거킹이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이지 불법행위는 아니다”라고 반박해 논란을 불렀다.

버핏과 오바마가 갈라섰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버핏은 비즈니스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찌 됐든 버핏세 도입을 추진해온 오바마 정부는 버핏의 버거킹 인수 참여로 숨통이 죄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