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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부산 기장군 장안읍 침수피해 왜 심했나 했더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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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미루던 저수지 폭우로 붕괴해 44만t 물 폭탄

연합뉴스

부산 기장군 침수피해 가중한 저수지 붕괴현장 (부산=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기록적인 폭우로 붕괴한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내덕저수지. 이곳에서 44만여 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저지대인 장안읍사무소 주변 마을 주택과 상가 130채가 침수됐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지난 25일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시내 곳곳이 물바다가 됐을 때 기장군 장안읍사무소 주변 마을의 침수피해가 특히 심했다.

읍사무소는 물론 좌천시장·길천마을 주택과 상가 130채가 한때 물에 잠겨 1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이 다음날 급히 방문, 피해와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할 정도였다.

이 같은 물난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만에 117.5㎜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근처 좌광천과 덕선천이 범람해 일어났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곳에서 6∼7㎞ 떨어진 기장군 장안읍 덕선리에 있는 내덕저수지가 붕괴해 44만여 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이 물이 쓰나미처럼 내려가다가 저지대인 장안읍사무소 인근 마을을 덮쳤다.

기장군은 지난해 5월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한국농어촌공사에 1945년 준공된 내덕저수지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해 11월에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 진단에서 내덕저수지는 전체적으로는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C등급(보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많은 문제점과 정비 필요성이 지적됐다.

특히 설계기준 홍수량(200년 빈도로 내리는 많은 비)에 비해 둑의 높이가 1m가량 낮고 하류 비탈면에서는 부분적인 유실이 발생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저수지가 가득 찼을 때 물이 빠져나가는 방·여수 관로의 규모가 작아 많은 비가 내리면 26㎝가량 범람하기 때문에 재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장군은 이 같은 결과를 받고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장군의 한 관계자는 "저수지 바닥에 퇴적물이 쌓인데다가 최근 장기간 비가 내려 둑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려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전진단에서 C등급이 나와 시급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덕저수지 주변 선암마을 김영오(51) 이장 등 일부 주민은 "2012년부터 기장군에 내덕저수지 개·보수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보수를 미루다가 결국 붕괴사태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규석 군수는 "선암마을은 물론 내덕저수지에 인접한 내덕마을 주민과 10여 차례 만났지만 저수지 보강과 관련한 건의를 받은 바 없다"면서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불필요한 논쟁은 복구를 지연시킨다"고 반박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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