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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지수 소장의 슈퍼컴퓨터 이야기](25) 슈퍼컴퓨터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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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에너지에 대한 인류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1971년 55억 TOE에서 2011년 131억 TOE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간 한국은 1천 7백만 TOE에서 2억 6천만 TOE로 무려 15배 이상 폭증하였다 (주: 1 TOE(Tons of Oil Equivalent)는 원유 1톤의 발열량에 해당하는 에너지).

한정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하여 각국은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이고 있지만 2012년 기준 그 점유율은 8.5%에 머물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불과 0.7%라는 미미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슈퍼컴퓨터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원유는 자동차, 선박, 비행기를 움직이게 하고, 건물을 따뜻하게 만들며, 화장품, 의약품, 합성섬유, 그리고 모든 플라스틱 용품을 만드는데 활용되는 등 우리 주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수치가 있다. 현재 보유한 기술로 추출 자체가 가능한 한계인 잔류상태와 이에 경제성까지 고려하여 결정되는 추출률이 그것이다.

추출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막대한 경제적 이익에 있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추출률 1%의 향상은 매년 원유 3억 배럴을 추가로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세계에서 추가로 생산되는 원유의 가치는 매년 90억 달러(약 9조원)에 달하고 미국만도 10억 달러(약 1조원)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30%에 머물던 추출률은 현재 5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되었다. 이에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정확한 지질구조 파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지진파로 얻어진 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2차원의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현재는 3차원 구조의 파악이 보편화 되었으며, 최근에는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포함한 4차원 구조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또한 얻어지는 지질구조의 해상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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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지역 2차원 영상: 지진파 데이터를 슈퍼컴으로 분석하여 얻어진 지질구조. 원유를 머금은 사암층의 위치를 파악하여 유정(oil well)의 위치를 결정한다 (출처: 미국 셰브런사)

그러나 지진파로 얻어지는 데이터만으로는 지질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시추를 통해서 얻어진 암석의 정보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치적 모형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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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지역 3차원 영상: 2차원 영상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사암층의 3차원적 분포 정보를 바탕으로 효율적 원유추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출처: 미국 패러다임사)

이러한 방법으로 정확한 지질구조를 얻는 작업에는 막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상도를 2배 높이기 위해서는 10배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며 보다 정교한 수치모형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계산의 양도 막대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 ENI사, 프랑스 Total사, 영국의 BP사 등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은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ENI사는 세계 11위 슈퍼컴 'HPC2'를, Total사는 세계 16위 슈퍼컴 'Pangea'를 구축/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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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ngea 슈퍼컴퓨터: 프랑스 에너지 기업 Total사가 2013년에 구축한 세계 16위 시스템으로 탑재된 1만 4천 CPU의 이론성능은 2 페타플롭스를 능가한다 (출처: 프랑스 Total사)

슈퍼컴퓨터는 또한 재생에너지의 발굴에도 기여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비교적 단기간에 화석연료를 대체하리라 기대되는 신재생에너지이다.

미국 풍력발전의 규모는 2009년 현재 전체 발전량의 1%에 불과하지만, 미국 에너지성은 2030년에는 그 점유율이 20%까지 증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풍력발전기를 설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바람의 속도 및 방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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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 단지 시뮬레이션: 다양한 바람의 세기 및 속도에 대하여 풍력발전 단지내의 공기 흐름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하여 단지의 설계 및 운영을 효율화 하였다 (출처: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미국 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고해상도의 대기모형을 개발하고, 슈퍼컴 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장소 및 배치에 대한 바람 예측능력을 확보하여 풍력발전소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다른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이 있다. 태양전지는 빛을 실리콘 결정에 쏘이면 전자-홀 쌍이 발생되는 광전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제품에서는 하나의 광자가 하나의 전자-홀 쌍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론적인 효율의 한도는 33%이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하나의 광자가 복수의 전자-홀 쌍을 만들어 내는 나노입자를 발견하여 그 효율의 한도를 42%까지 향상시켰다.

이 연구팀은 새로운 물질과 포물선 모양의 거울을 이용하여 효율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또한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고, 백열등을 대체할 LED 조명을 개발하며, 심지어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슈퍼컴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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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소장 약력]

-미 보스턴대학 물리학 박사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현재)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

IT조선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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