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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014제네시스, 0.6%만이 선택한 가장 비싼 색깔의 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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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한의 디테일]]

머니투데이

2014제네시스 탠 브라운. 브라운 컬러는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계열 중 하나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자,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차의 이미지를 그려보자. 매끈한 보디라인, 힘줄이 두드러진 보닛이 잘 드러나는 그 차. 스포츠카일 수도 있고 SUV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색깔은? 페라리의 이탈리안 레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아란치오 아틀라스 오렌지 같은 것일까? 만약 이제 현실에서 머릿속에서 그린 그 차와 똑같은 꼴의 차를 살 수 있다면, 색이 무엇이 됐건 당신은 선뜻 차에 오를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항상 소수만이 답한다. 요즘 다이내믹한 이미지로 변화한 2014 제네시스의 색상 별 판매량 순위(현대자동차 제공, 구매자 기준)를 봐도 그렇다. 11가지 옵션 중 1위는 오닉스 블랙(57.4%)이다. 투명한 액체 질감의 검은색 바탕에 잔잔한 입자가 반짝이는 색이다. 유채색인 버건디 레드는 겨우 0.1%, 오션 블루는 0.4% 만이 골랐다.

한국GM에 따르면 ‘국민 경차’, 스파크 주인들의 선택도 비슷하다. 흰색과 은색 계열이 전체 판매량의 약 48%에 이른다. 하지만 나머지의 선택이 심상치 않다. 파란색(하늘색)과 밤색, 검은색 계열이 약 10% 내외 씩 판매량을 차지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대형 세단일수록 검은색 위주의 무채색이 인기였다.

자동차를 파는 딜러는 안전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지금껏 가장 많이 팔렸던 색 위주로 미리 사둔다. 그래서 튀는 색의 선택은 새 차의 주인을 더 오랜 기다리게 한다. 지난한 구매 과정이, 무난한 색깔의 선택을 강요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항상 무난하다는 이유로, 무채색을 선택한다는 결론을 내긴 힘들다. 다수의 현대자동차 모델을 포함해 기아자동차의 K5와 레이, 모닝의 색상을 개발해온 KCC컬러디자인센터의 말이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자동차 색상의 인기도는 완성된 자동차 디자인의 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기아 K5의 출시 당시 가장 많이 팔린 색상은 일명 ‘진주색’ 이었다. 하얀 입자가 곱게 빛나는 바탕색 위로 투명한 느낌의 표면처리가 눈부셨다. 직선을 강조한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에 빛에 따라 섬세하게 변화하는 색상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YF 쏘나타도 출시 전 개발자들의 예상과 달랐다. 밝은색 보다는 오히려 채도가 낮은 하이퍼 메탈이 잘 팔렸다. 보닛부터 날선 면들이 강렬했던 YF는 빛의 음영이 가장 돋보이는 은색 계열이 차를 가장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었던 것. 이번 제네시스에서도 디자이너들이 보기에 뜻밖의 반응은 블랙 퍼플(1.8%)이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푸른 보랏빛으로 비치는 색이다.

지금은 악살타라는 이름으로 변신한, 듀폰사의 특수 코팅 사업부는 60여 년간 ‘세계 자동차 컬러 랭킹’을 발표해 왔다. 그들의 지표에서 흰색이 은색과 회색을 바짝 추격했던 때는 약 10년 전이다.

바로 일본의 한 도료회사에서 ‘진주가루 입자’를 개발했던 때와 맞물린다. 한국의 르노삼성의 SM5가 투 톤 화이트로 인기를 끌었을 때기도 하다. 디자인은 독일차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자동차의 트렌드가 가장 앞서 가고 있지만, 적어도 도료 기술만큼은 대륙별로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소재에 따라 일본을 선두로 한 아시아권이 앞서 있다.

처음으로 돌아와서, 색이 무엇이건 제네시스의 모델 별 차 값은 동일하다. 허나 단위 면적당 도료의 원가는 전체 구매자 중 0.6%만이 선택한 ‘탠 브라운’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최소 3년 앞을 내다보고 달려가는 자동차 디자인. 2020년쯤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컬러는 무엇이 될까?

김미한기자 purp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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