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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 박유천은 어쩌다 ‘뱃놈’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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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로 첫 영화 연기

세계일보

‘해무’(감독 심성보)는 박유천(28)에게 있어 ‘첫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첫 경험이라고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진 않았다. 스스로 ‘영화광’임을 밝힌 이 남자, 영화의 프레임 안에서만큼은 “못해 본 거 다해보고 싶다”며 은근슬쩍 야망(?)을 드러낸다.

콘서트를 며칠 앞둔 시점에 영화 인터뷰에 나섰다. 아이돌 그룹 JYJ의 멤버이자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그래도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할 수도 없기에 박유천은 인터뷰마저도 진지하게 임했다. 이는 곧 ‘해무’를 향한 애정으로 드러났다.

◇ 봉준호 감독님이 제작한다고? 얼라리오~

100%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게 그의 변이었다. “에이 설마 봉준호 감독님이 제작한다는 것도 몰랐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 몰랐다”고 답한다.

“진짜예요. 소속사에서 건네준 시나리오만 보고 고른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서야 ‘봉준호 감독? 얼라리오~’ 이렇게 된 거라니깐요.(웃음) 그만큼 시나리오가 더 끌렸고, 빠져들었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결코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스크린 위에서는 ‘간접경험’해볼 수가 있잖아요. 그 순간 빠져드는 독특한 경험이 절 사로잡은 거죠.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스스로 ‘뱃놈’이 되길 자처한 그는 얼굴에 ‘검은 칠’도 마다하지 않는 진짜 촌스럽고 꾀죄죄한 ‘비주얼’의 동식으로 변신했다. 전라도 사투리에 성격은 어리바리. 아이돌이니, 스타니 하는 타이틀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박유천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위한 박유천’이 되는 게 맞으니까. 뱃놈 박유천은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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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안개 속 홍매와의 러브 스토리

참 인간적인 캐릭터다. 동식은. 그런 점이 박유천을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동식은 영화 안에서 사건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등장한다. 배에 흘러든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 분)를 만나면서부터는 ‘멜로’의 축을 담당한다. 박유천의 얼굴은 강인한 동시에 유약함을 가지고 있다. 심성보 감독이 “박유천이기에 가능했던 캐릭터”라고 말했을 정도다.

“소재 자체가 많이 무겁고, ‘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스토리가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동식과 홍매의 풋풋한 사랑이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어린 남녀가 처음 만나 불타오르는 감정이 그래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사랑이잖아요. 연기하면서 제 마음도 찡했어요. ‘해무’를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멜로영화라고 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제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죠.”

◇ 영화가 좋다고 드라마가 싫은 건 아니지

영화와 드라마 촬영 시스템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박유천은 영화를 만난 첫 경험에 대해 “한 신, 한 신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매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과는 달리, 영화 촬영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하니까.

“그렇다고 드라마가 싫다는 건 아니에요. 전 드라마 계속 할 거니까.(웃음) 영화나 드라마가 각기 장단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은 영화와 첫 인연을 맺었고,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바람 정도 밝혀두죠.”

연기적인 면에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만 캐릭터에 심취해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 촬영기간 내내 동식으로 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또한 심 감독은 “가수 출신이라 그런지 귀가 민감하다. 처음 하는 후시녹음도 아주 잘해냈다”고 박유천을 칭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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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1작품’ 매일 영화 보는 진정한 ‘덕후’

“저 아마 매일 1~2편씩 영화 볼 걸요. 동시기 개봉작이지만 ‘명량’도 벌써 극장에서 보고 왔어요. 영화 보는 특징이라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다 봐요. TV에서 해주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이나 기사 같은 것도 잘 안 보죠. 알고 본다면 제목과 출연배우 정도? 장르로 치면 애니메이션.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은 한계가 없잖아요. 표현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이에요.”

‘왜 이제야 영화계로 왔나’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로 박유천은 영화를 사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가 나오니 눈빛부터 초롱초롱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에게 팬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컬러풀’(감독 하라 케이이치, 2010)과 ‘더 콩그레스’(감독 아리 폴만, 2013)라는 답이 돌아왔다.

“두 작품 다 애니메이션인데,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정보 없이 보는 게 좋으니까 스포일러는 지양할게요. 보시면 절대 후회 안할 거예요.(웃음) 아직 차기작은 안 정해졌는데, 저 박유천도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게요. ‘해무’ 파이팅.”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ilcut@,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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