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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태풍에 흉기로 변하는 '불법현수막'…왜 단속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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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야구에서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은 글자 그대로 (타자는)치고 (주자는)달리는 작전이다. 누상의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야구작전의 '꽃'이다. 타자가 무조건 친다는 전제 아래 주자도 무조건 뛰기 때문에 성공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감독의 타이밍과 타자의 기술, 주자의 발빠른 기동력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성공한다. '히트&런'은 최근 이슈가 되는 '히트'를 찾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송학주기자의 히트&런]'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현수막·옥외광고물'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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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보다 무서운 게 미분양입니다. 걸려도 그만, 안 걸리면 좋고요."(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A오피스텔 분양업체 관계자)

"서울 어디를 가나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분양현수막들이 걸려 있어요. 끈이 풀리거나 현수막이 찢어져 바람에 날리게 되면 지나가다 다칠까봐 불안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되죠."(서울 여의도 근무 직장인 B씨)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도심지나 거리를 막론하고 불법 광고물이 넘쳐난다. 단속 공무원들은 트럭을 타고 하루 종일 가위를 들고 제거하러 다니지만 역부족이다. 하루만 지나면 그 자리에 똑같은 불법 현수막이 나부낀다.

불법 현수막 설치를 대행하는 전문 업체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일정 기간 내걸고 떼어내는 등 단속을 피하는 방법도 더욱 교묘해졌다. 최근엔 아파트 벽면 전체를 도배한 대형 광고 현수막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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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구로동 인근 도로에 불법 아파트·오피스텔 광고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불법이기에 단속되면 많게는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파트·오피스텔 한 채만 팔아도 과태료를 내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이 생긴다는 게 분양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분양을 시작하면 보통 3000~4000개의 분양홍보 현수막을 제작하는데 현수막 제작비용에 과태료까지 미리 포함돼 있다"며 "비용 대비 효과가 탁월한 만큼 한 채만 팔아도 과태료를 내고도 남으니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불법 현수막이 늘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하지만 예산과 단속인원 부족으로 매일 단속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광고물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강력한 태풍이 잦은 여름철에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각종 현수막 등이 자칫 흉기로 변해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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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건물 벽면에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이런 상황에 최근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인천시가 불법 현수막 게시 건수가 많은 5개 대형 건설사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 회사에 법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건설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최근에 송도 주민 한 분이 자전거를 타다가 불법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져 크게 다쳤다고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며 "아파트 분양 현수막 때문에 주민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 지자체는 지역 노인들을 고용해 야간과 주말에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하기도 했다. 노인일자리 창출과 불법 현수막 없는 거리 조성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셈이다.

이 기회에 옥외광고물에 대한 종합관리방안 마련과 함께 철저한 사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 현수막을 뿌리 뽑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강력한 처벌과 신고보상제 도입 등도 고려해볼 일이다.

송학주기자 hak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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