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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양댐 예정지, 멸종위기 담비·산양·삵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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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지난해 현장조사 때 여러 종 카메라에 포착”

댐 건설로 수몰 위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을

“담비나 산양이 인가 근처까지 내려와 사람도 겁내지 않고 돌아다녀요. 밤에는 많이 나다니는 토끼나 고라니를 칠까봐 차를 빨리 몰 수 없을 지경이죠.”

지난 7~8일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둘러본 경북 영양군 장파천 유역의 영양댐 건설예정지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전국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장 굴뚝이나 위락시설도 없었다.

주민들은 “밤만 되면 동물들이 길에나 집 주변에 너무 많이 나와 ‘사파리 같다’고 농담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댐 건설로 수몰시킬 게 아니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개발행위를 불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생태전문가들이 한 생태조사에서도 장파천 유역의 생태적 가치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2~11월 사이 5차례의 현장조사와 6곳에 설치한 무인카메라를 통해 포유류·어류의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수달·담비·삵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담비·산양·삵(위 사진부터)


한반도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져 있는 담비와 극히 일부 지역에만 소수의 개체가 남아 있는 산양은 카메라 6대 중 5대에서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모래톱·갈대군락·산지 등에서 삵의 배설물이 고루 발견돼 수몰예정지 전반이 삵의 서식지임이 확인됐다. 고라니·노루·토끼·멧돼지·족제비·오소리 등 다양한 동물의 서식 흔적도 발견됐다. 녹색연합 황인철 자연생태국장은 “댐 건설 예정지역에는 멸종위기 동물은 물론 중소형 포유류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으며 서식밀도도 높아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어류로는 한반도 고유어종인 쉬리·긴물개·돌마자·수수미꾸리·꺽지·얼룩동사리 등이 발견됐다. 고유어종 비율이 50%를 차지했다. 녹색연합은 장파천이 한국 고유의 하천 원형을 잘 간직해 고유어종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가 3139억원을 들여 건설하려는 영양댐은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댐이다. 지난해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영양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대체 수자원 개발이나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며 영양댐을 댐 건설계획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제적 타당성도 낮고 주민 반발도 거센 상태지만 국토부는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난해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서 영양댐을 포함한 댐 건설 장기계획을 확정지었다. 영양댐 건설계획은 현재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댐사전검토협의회의 검토를 앞두고 있다.

황인철 국장은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수몰예정지를 극히 좁은 범위로만 한정해서 생태환경을 평가했다”며 “댐의 영향이 미치는 지역 전체를 조사한 결과 환경영향평가 결과보다 훨씬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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