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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도봉서원 터에서 고려시대 국보급 불교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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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령 등 77점 당대 최고 수준

문화재청, 발굴 2년 만에 공개

서울 도봉서원 터(도봉구 도봉동)에서 불교 의식에 사용한 고려시대의 금강령, 금강저, 향로 등 66건 77점의 불교용구 유물이 대량 출토됐다. 이들 유물 중 금강령 등 일부는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완성도나 보존상태로 볼 때 국보 내지 보물급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과 발굴조사 전문기관인 서울문화유산연구원(원장 김일규)은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들 유물을 공개했다.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은 “ ‘도봉서원과 각석군’(서울특별시기념물 28호)으로 지정된 도봉서원 터에 대한 도봉구청의 복원정비 계획에 따라 2012년 발굴조사를 벌여 고려시대 금강령 등 77점의 유물을 수습했다”며 “금속유물 특성상 보존 처리가 시급해 발굴 2년여가 지나 공개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서울 도봉서원 터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유물들. |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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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 터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금강령


유물이 확인된 서울 도봉서원은 조선시대 대표적 유학자인 조광조, 송시열을 배향한 서원으로 1573년 창건됐다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중건했다. 하지만 서원철폐령(1871년)으로 다시 헐리고, 1903년과 1970년대에 복원됐다. 발굴조사단은 “율곡 이이의 <율곡전서> 등에 따르면 도봉서원은 1573년 창건 당시 ‘영국사’(寧國寺)라는 절 터 위에 세운 것”이라며 “유물들은 영국사의 일부 건물이나 기단 등을 재활용해 세운 도봉서원 터의 중심 권역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출토 유물 중 금강령, 금강저 등은 불교 밀교의식에 사용하는 중요한 용구들이다. 금강저는 불교의식에서 마음의 번뇌를 분쇄하는 보리심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금강령은 금강저와 함께 사용되는 불교용구로 금강저 한쪽에 방울이 달린 것이다. 이번에 발굴된 금강령은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동일 유물들 가운데 조각이나 제작 수법이 가장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된다.

발굴단은 “특히 금강령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들인 ‘오대명왕상’과 ‘사천왕상’이 함께 배치됐는데 이런 문양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라며 “구슬을 물고 있는 물고기 모양의 탁설(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방울 안에 매다는 것)도 독특한 형식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밝혔다. 역시 금동으로 만들어진 금강저도 정교한 조각 솜씨를 자랑하는 명품이다.

금강령과 금강저 외에 이번 출토에는 청동제 솥모양 향로와 짐승다리 모양 받침대 향로를 비롯해 뚜껑이 있는 항아리, 향을 피우는 그릇인 향완, 발우, 대접, 숟가락 등도 있다.

발굴조사단과 전문가들은 이들 유물이 대체로 12세기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굴조사단은 “발굴 유물은 ‘영국사’와 관련된 유물임이 확실해 보이지만 청동제기에 ‘도봉사’라고 새겨진 글자가 확인돼 고려시대에 인근에 있던 ‘도봉사’라는 사찰과의 관련성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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