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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야당 벼랑 몰이…김기춘 기획·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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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정치 실종에 세월호 특별법은 수렁…야당 숨쉴 공간 사라져

“김 실장이 정권의 주인, 박 대통령은 추인만” 얘기까지 나와


야당은 벼랑 끝에 몰렸고 정치는 실종됐다. 세월호 특별법은 수렁에 빠지고 검찰은 국회의원 구인에 나섰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공안통치를 연상케 하는 조짐마저 엿보인다. 정국을 이렇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면모가 있다. 첫째,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18년 동안 철권통치를 휘두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둘째, 두 차례 정당 대표를 지내며 ‘선거의 여왕’ 신화를 탄생시킨 5선 국회의원 관록이 있다. 대통령이 된 뒤 어떤 면모를 보일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사람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공안정국의 집행자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두번째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김기춘 실장은 최강의 권력자가 되었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기춘 실장이 정권의 주인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추인만 하는 사람으로 비칠 정도로 김기춘 실장의 힘은 막강하다”고 전했다.

김기춘 실장은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의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추가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원내대표인 저의 결단과 결심과 책임과 권한으로 양보를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청와대의 재가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자신의 ‘작품’임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야당의원 등 비리의혹 수사 고리
여야 대표 특별법 협상완료 압박
‘공안통’ 김기춘 실장에 의혹 쏠려
이완구 ‘사전동의는 내 작품’ 강조

박영선 체제 정비도 전에 큰 상처
“청와대, 야당 벼랑끝 투쟁 원하나”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가족들의 동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합의를 받아들인 것도 시간을 끌 경우 ‘사전동의’안이 후퇴할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여야 원내대표 모두 김기춘 비서실장의 개입을 두려워했다는 얘기가 된다. 김기춘 실장은 특히 검찰 조직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근 검찰의 국회의원 비리 의혹 수사를 고리로 여야 원내대표들의 이른 협상 완료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1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의 한 축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면서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힘들어도 재협상은 없다고 한 말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이완구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위원장이 당내 리더십을 충분히 정비하기 전에 몰아붙여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두 차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세월호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보다 박영선 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을 더 심하게 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숨쉴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공안통치식 정국 운용’이 과연 효과적인 것일까? 7·30 재보궐선거 이후 지금까지 야당 지도부가 교체되고 여야 협상도 숨가쁘게 진행됐지만 정국은 여전히 캄캄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박영선 위원장이 낙마하면 훨씬 강경한 지도부가 들어서고 비타협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를 실종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는 그가 최근 정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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