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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라크반군 자충수였나…전세계 분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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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점령하며 무서울 것 없던 '이슬람국가(IS)'가 스스로 친 덫에 걸려든 모양새다. IS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동영상 공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려고 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군은 폴리 참수 동영상 공개 다음날인 20일(이하 현지시간) IS 목표물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각각 별도의 성명을 내고 IS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장관은 특히 IS를 각각 '암(cancer)'과 '악(evil)'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21일 멜버른에서 기자회견를 열어 "IS는 언제고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순수한 악마'에 가깝다"면서 "마스크를 쓴 IS 극단주의자가 행한 미국 기자 참수는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IS가 인질 목숨을 대가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던 것도 드러났다. CNN 등에 따르면 IS는 폴리 몸값으로 1억유로(약 135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족과 글로벌포스트에 요구했다.

미국은 앞으로 자국민과 자국 시설이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모술댐 부근을 중심으로 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미국 국방부는 국무부 요청에 따라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 증파를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다만 기존의 '제한적 공습' 기조는 유지했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거나 이라크 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제한적 공습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면 개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지금의 여론이 폴리 참수 사건을 계기로 반대로 흐를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참수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하원 대테러소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킹 의원(공화당)은 의회전문지 더힐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이것은 미국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대통령이 직접 선언해야 한다"며 "전쟁이자 미국에 대한 위협이며,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IS 도발로 미군 공세가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미국 당국자들은 이번 미국인 기자 참수 사건으로 IS를 9ㆍ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동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IS에 대한 강경 대응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 사태 개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IS에 대응하기 위해 아랍 국가도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자고 주문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인도주의적 원조와 방어용 군사장비 이외에 화기와 탄약 등 무기를 KRG에 제공할 수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무기 제공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분쟁 지역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펴온 독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참수 영상 속 IS 대원이 영국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IS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 20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은 자칭 '존'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존도 고위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권단체와 유엔은 IS의 참수 행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이 폴리 참수 동영상 공개 이후에도 IS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가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정부가 최근 IS가 참수한 미국인 기자 폴리 등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인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펼쳤으나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덕식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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