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TF다시보기] '라스' 예능인의 숙명, MSG와 팩트의 줄다리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는 예능인들이 재미를 위해 과장된 거짓 내용을 첨가한 개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예능인의 숙명, 사람들을 웃겨라. 가끔 방송을 보고 있자면 재미를 향한 욕심 때문에 과도한 허풍이나 자극적인 내용을 개그 소재로 삼는 예능인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바로 '웃기고 싶은' 예능인들이 직접 나와 발언들 속 팩트 그리고 거기에 뿌려졌던 MSG(과장)를 구분하는 장면은 '셀프 디스'를 넘어선 재미를 선사했다.

2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연출 이병혁)는 '라스로 심폐소생 특집'으로 꾸며졌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춘 개그맨 이병진 김태현 장동혁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게스트로 등장해 입담을 펼쳤다.

이날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것은 장동혁이다. 장동혁은 선배 김구라를 먹잇감으로 삼고 여러 가지 폭로전을 펼치며 흥미진진한 대립 구도를 이뤘다. 여기에 김태현도 가세해 김구라를 꼼짝 못 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 속 'MSG' 주의보가 떨어졌다. 김구라는 장동혁과 김태현의 폭로에 당황하면서도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말라"고 직접 사실과 과장 전달된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먼저 김태현은 "김구라와 같이 술을 먹었을 때 김구라가 10만 원권 수표를 펄럭이며 '내가 내고 간다. 이휘재는 이런 것 안 산다'고 생색을 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나는 3000원도 카드로 사용한다"며 "이휘재를 언급하며 생색은 냈다. 그렇지만 수표를 펄럭인 행동은 안 했다"고 정정하며 김태현과 타협했다.

장동혁은 과거 '블랑카'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던 개그맨 정철규와 김구라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는 "정철규가 10년째 같은 번호를 쓰고 있는데 김구라가 매번 전화를 받을 때마다 누구냐고 묻는다더라"고 김구라의 인간관계를 지적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정철규의 연락처가 저장된 것을 보여줬다.

더팩트

'라디오스타'의 김구라(오른쪽 맨 위)는 후배 개그맨들의 공격에도 진실과 'MSG'(과장)를 분명히 구분해 재미를 선사했다. /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그러나 장동혁은 멈추지 않고 사실이라고 우겼다. 그러자 김구라는 "사전에 나한테 양해를 구하던 것이 이런 것이었느냐"며 "사실 장동혁이 녹화를 들어오기 전에 나한테 '형님 이따가 좀 물어뜯겠다'고 양해를 구하더라"고 뒷이야기를 밝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구라는 이후에도 틈이 날 때마다 "사실에 기반한 예능을 해야 한다"고 말해 장동혁을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그는 화를 삭이며 "장동혁과 같이 방송할 일 없다"고 선언했고, 후배 장동혁은 쩔쩔매며 김구라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끊임없이 보냈다.

사유리는 장동혁과 스캔들에 대해 "장동혁이 실제 나를 좋아했었다"며 "밤늦게 이상한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적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자 장동혁은 앞서 그의 발언에 김구라가 지었던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지어 MC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대화의 흐름 속에서 '팩트' 그리고 허위 과장 표현을 뜻하게 된 'MSG'라는 단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태현은 과거 '세바퀴'에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수영복 하의 안에 바게트를 넣었다가 빵이 불면서 물고기들이 달려들었다"거나 "집 앞 요크셔테리어가 심하게 짖어 봉지에 넣어 한강에 버렸는데 다시 찾아와서 더 크게 짖더라" 등의 과장됐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며 "재미도 없고 생각 없이 말을 해 많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다.

예능인들은 한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분량 확보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사람들을 재밌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갖고 있다. 또 사람들이 웃는 상황에서는 분위기에 탄력을 받아 선을 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날 '라디오스타' 속 대화들은 팩트에 끼얹은 MSG 농도의 조절, 재미와 질타 사이 묘한 경계에 있는 예능인들의 고충을 느끼게 한 대목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