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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넷 없는 이곳… 아이들 눈빛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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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유학교 '무주 드림마을' 가보니]

廢校 개조해 만든 상설 학교… 남자 고교생 17명 '1호' 입소

-스마트폰·컴퓨터·TV 없는 생활

산책·운동하며 양로원 봉사

7시 저녁식사, 11시 전에 취침

"인터넷 없이 살아도 괜찮네요"

"여기 오기 전엔 (인터넷 없으면) 죽을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진리에 있는 인터넷 상설 치유 학교(정식 명칭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 마을'). 지난 14일로 이곳 생활 6일째인 A군(고1)의 말이다. A군은 평소 학교 갔다 오후 6시에 집에 오면 새벽 4시까지 하루 10시간씩 컴퓨터로 게임을 했다. 하루 3시간만 자니까 늘 피곤하고 온몸이 쑤셨다고 한다. A군은 "여기 와서 매일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머리도 잘 돌아가고 '나도 게임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 14일 전북 무주군‘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 마을’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에 빠진 고교생(뒷모습)들이 대학생 멘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인터넷 중독 또는 중독 위험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상설 학교이다. /무주=김연주 기자


이 학교는 여성가족부가 시골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방학 때 며칠씩 열었다가 닫는 '캠프'가 아니라 1년 내내 인터넷 중독 학생들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상설 학교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14일 만난 남자 고교생 17명은 이 학교의 '1호 학생들'이다.

학생 7%가 인터넷 중독 위험군

정부가 이런 학교를 세울 만큼 우리 학생들의 인터넷 중독이 심각하다. 지난해 초4, 중1, 고1 학생 전체 156만명 중 10만5057명(6.7%)이 인터넷 중독 '위험군'으로 판명 났다. '위험군'은 인터넷 때문에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고 금단 현상에 시달리거나 집착하는 학생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7%가량이 인터넷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업 스트레스+실종된 여가 문화+인터넷 강국'이라는 세 박자가 맞아떨어져 인터넷 중독 학생이 급증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상설 학교의 '1호 학생' 17명은 위험군 가운데 상담이나 치료를 받겠다고 부모가 동의한 남자 고교생 중 신청을 받아 선발했다. 한 참가 학생은 "여름방학 3주 동안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 여기 (부모님께) 붙들려 왔다"고 말했다. 덩치만 보면 꼭 어른 같은 이들은 얼핏 보면 평범한데 5분만 지켜보면 조금 남다른 부분이 있다. 걸음걸이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무표정하다.

◇"다른 여가법 알려주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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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입소하기 직전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인터넷 치유 학교에서는 컴퓨터, 스마트폰, TV 없이 생활한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밥 먹고, 시골 길 산책한 뒤 3명씩 조를 짜 상담을 받는다. 점심을 먹은 후엔 개인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안 받는 학생은 운동장에 나가 축구나 족구 등 운동을 한다. 마을 양로원에 가서 노인 안마 봉사를 하고, 계곡·향교에 가서 역사를 배우기도 한다. 7시에 저녁을 먹고 11시 안에는 무조건 잠이 든다. 낮 동안 몸을 많이 써서 밤에는 누우면 곯아떨어지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한 이유가 있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팀장은 "아이들은 '스트레스 풀 수단은 게임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게임에 빠진다"며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고 다른 여가 방법들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 학교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생각이 달라진 학생도 있었다. 부산 사는 B군(고3)은 "와서 보니 참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나 집에선 늘 '게임만 하는 문제아'였는데 여기서는 칭찬도 받고, 자기보다 더 심각한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자신감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상담사는 말했다.

[무주=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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