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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연봉 1.5배… 자녀 국제학교 학비도?" 서울대병원 젊은 의사들 '中東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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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자유롭고 주거비 지원

"지원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올해 말부터 아랍에미리트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운영할 예정인 서울대병원이 현지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진료하고 현지 의료인들을 교육할 교수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중동이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자원자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다. 더구나 지원 대상자들은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원에서 자리를 잡은 경력 교수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24명의 교수진 모집 인원 가운데 벌써 13명이 지원했다고 20일 서울대병원은 밝혔다. 한 달 새 절반 이상의 인원을 채운 것이다. 한 부부 의사 교수는 가족 전체가 이주할 의향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핵심 의료진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미국·유럽 등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국가도 아닌 중동으로 자원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병원 방문석 대외협력실장은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지역에서도 소득이 높아 거주 환경이 좋고, 한국과 비교해 생활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득도 지원 이유로 보인다. 연봉이 한국의 1.5배 이상인 데다 현지 주거 비용과 자녀 국제학교 학비까지 보조하기 때문이다.

젊은 교수 자원자들은 기존 의료진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만의 의료를 발전시키고 싶은 바람도 크다고 한다. 쉐이크 칼리파 병원에서는 젊은 교수라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층층이 덮인 국내 교수 사회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 비해 환자 수는 많지 않고, 암이나 심장 질환 등 전문화된 병원 환경에서 진료나 연구가 더 자유롭고 수월할 것이라는 장점도 자원자들을 끌어들였다.

서울대병원 문주영 국제사업국장은 "우선 서울대병원 내부에서 자원자를 뽑았지만, 부족하면 다른 병원 의사들도 모집할 것"이라며 "미국이 아니라 중동으로 가는 한국 의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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