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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 강우일 주교 "교황께 노란 리본 떼달라는 말 누가 했는지 모르나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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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이셨던 강우일 주교를 연결하겠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누구보다도 소외된 사람들 편에 서 온 분이지요. 강 주교는 이번 광화문 시복식을 앞두고도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세월호 유족들을 감싸기도 한 분입니다. 천주교 상층부를 향해 나오고 있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잠시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강우일 주교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교황의 방한을 맨 앞에서 맞으신 셈인데, 이번 방한에 어떤 의미를 두시겠습니까?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예, 무엇보다도 그분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아주셨는데, 우리를 사랑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셨고 또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몸으로 표현해 주셨던 것이 가장 큰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앵커]

그런데 조금 논란거리도 있더군요. 교황이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만나 연설하는 도중 '가난한 자를 외면하는 교회'를 비판하는 대목을 빼고 번역해 논란이 좀 됐습니다.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예, 아마 그 현장에서 당신의 말씀과 사전 문구의 차이 때문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는 확실히 그 현장에서 들었으니까 분명히 그런 말씀 하시고, 역시 다른 아시아의 다른 나라나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나 교회보다는 부유한 게 사실이죠. 그러니까 그런 현실을 교정께서는 직시하시면서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어떤 물질의 유혹에, 안락함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까 깨어있어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주교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번에 혹시 그런 그 교종께서 하신 말씀을 물론 뭐 즉흥연설이라 하더라도 뺀 것은 혹시 우리 한국 천주교가 일부로 뺀 것이 아니냐, 일부에선 이런 이야기도 하는데요?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왜냐면 이 문제는 또 다음 질문으로 연결되기도 하는데요. 교종께서 돌아가시는 비행기에서 노란 리본을 달았는데 우리 천주교인 누군가 와서 그 리본은 중립을 지키는 차원에선 띄시는 게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고 교종께서는 '그건 아니다 이건 뭐 중립이 필요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계속 달고 계셨다고 말씀하셔서 사실은 듣는 저희들이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아 글쎄 누가 그런 말씀을 드렸는진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이렇게 수행하면서 따라다니고 옆에 있었고 했지만, 저는 그런 말씀 드린 적 없고…]

[앵커]

당연히 그러셨겠죠.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우리 주교 중의 누구라고 생각 안 하고요, 누구 다른 사람이 했겠죠, 근데 세월호 가족을 정말 함께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고 또 많은 천주교 신자들도 성직자들의 마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네, 혹시 한국 천주교가 그런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든가, 그렇게 해서 혹시 눈치 본 게 아니냐라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요.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아닙니다 그건.]

[앵커]

네, 저하고 인터뷰하고 계신 강우일 주교님은 저희가 다 아는 것처럼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바로 교정께서 방문하시기 전에도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들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빼놓고 시복식을 할 수는 없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고,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마는, 혹시 한국 천주교 내에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혹시 계신다면 강 주교님의 생각은 어떤가 해서 제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답변은 잘 들었습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교종께서 오셔서 정말 많은 소외받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도와달라고 간청도 하고 그랬습니다.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네.]

[앵커]

그런데 그 이전에 한국 천주교에 가장 큰 어른들이 그런 역할을 먼저 좀 하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네, 그런 꾸지람을 저희가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전체적으로 봐선 아무래도 프란치스코 교종만큼 이웃의 고통과 슬픔에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함께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오셔서 그런 행보를 보여주신 것에 대해서 아마 한국 천주교의 여러분들이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우리 스스로 변화돼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유가족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유가족 중에 한 분은 벌써 38일째 단식 중이고요.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글쎄요. 저는 정치라는 게 어떤 행정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눈물 흘리는 백성들의 제일 아래 힘도 없고 가진 것 없고 제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게 가장 정치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 자식들을 그렇게 무참한 모습으로 떠나보내고 몇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그래서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고통받는 분들을 그들의 입장에 대해서 좀 생각해 주시고 그들의 소원이 되도록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시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네, 강우일 주교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강우일/교황방한위원장 : 네 감사합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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