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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또 백인 경찰 총에 흑인 사망… 소요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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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인근 세인트루이스서

10대 흑인 청년의 총격 사건으로 촉발된 소요사태가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세인트루이스에서 또 한 명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AFP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한 흑인 남성(23)이 흉기를 휘두르며 경찰 2명에게 다가가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마이클 브라운(18)이 사망한 퍼거슨시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샘 돗슨 세인트루이스 경찰국장은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면서 정당방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면을 목격한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도리스 데이비스(66)는 “흉기를 들고 있긴 했지만, 다리에 총을 쏘거나 테이저건만으로도 저지할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경찰 2명이 동시에 여러 방의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숨진 남성은 학습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도 시위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성급한 방위군 투입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방위군 전문가인 마이클 더블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군사 장비를 갖춘 현지 경찰이 이미 군과 비슷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었다”며 “이번 일이 주방위군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주리주 대배심은 브라운 총격 사건에 대한 조사를 20일 착수하기로 했다. 경찰 진술과 목격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브라운을 쏜 대런 윌슨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수사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퍼거슨을 방문했다.

그러나 미주리주 사법 당국에 대한 흑인들의 불신이 워낙 뿌리 깊은 데다 제이 닉슨 주지사가 경찰과 특수관계인 사건 담당 검사를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혀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밥 매컬로크 담당 검사는 부모·형제 등이 모두 세인트루이스 경찰인데다 아버지가 흑인 용의자에 의해 목숨을 잃은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매컬로크를 믿을 수 없다. 특별검사에게 사건을 맡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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