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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양터미널 화재 부실 점검도 원인…市 공무원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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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층 연기 퍼지는데 58초…소방시설 1분 7초 미작동

시민 유독가스 노출…대피 못해 사상자만 124명 발생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김도윤 기자 = 124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는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빚은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수사과정에서 공사와 건물 전반에 걸쳐 부실이 드러나면서 처벌 대상도 애초 예상보다 많아졌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20일 공사 관계자와 건물 관리자, 고양시 공무원 등 19명과 업체 9곳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3개월 가까이 벌인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책임이 큰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 비상벨·대피방송 안돼…단순 화재에 많은 인명 피해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하 1층 CJ푸드빌 인테리어 공사 때 용접 작업 부주의로 드러났다. 용접작업 중 튄 불티가 배관에서 샌 가스에 붙어 발생한 단순 화재다.

그러나 불길이 벽을 타고 우레탄 재질의 마감재에 옮아붙으면서 많은 유독가스와 연기가 발화지점인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건물 안에 퍼졌다.

최초 불이 난 시간은 5월 26일 오전 9시 17초로 소방시설 복합수신기에 기록됐다.

청산염을 포함한 유독가스는 46초 만인 오전 9시 1분 3초에 지상 1층으로, 다시 12초 만인 오전 9시 1분 15초에 2∼3층으로 퍼졌다.

4층으로 확산하는데 불과 58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지하 1층 방화셔터를 비롯해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고 대피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불이 나고 1분 7초가 지나서야 소방시설이 작동했다.

CJ푸드빌 개점 일정을 맞추려고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편의 때문에 건물 전체의 소방시설 자동연동기능이 차단됐다.

인명 피해가 많은 이유다. 특히 지상 2∼3층에 사상자가 많았다.

소방시설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대피할 시간이 충분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청산염은 조금만 마셔도 신경이 마비되고 사망에 이르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피해자 124명 가운데 8명을 숨졌고 1명은 뇌사상태다. 3명은 심한 화상을 입거나 뇌신경이 손상돼 입원 치료 중이다.

◇ 안전 점검 흉내만 낸 고양시…대책 마련

경찰은 공사·건물 관계자 18명을 입건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고양시 공무원 김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직무유기 혐의다.

경찰은 김씨가 매년 정기적인 소방 점검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봤다.

고양시는 화재 발생 한 달 전 터미널 전반에 걸쳐 시설 안전점검을 벌였다.

그러나 겉핥기식으로 흉내만 낸 것으로 드러나 사고를 막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고양 종합터미널을 비롯한 특정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각 부서에 지시했다.

그럼에도 칸막이 행정으로 각 부서가 따로 점검을 벌였고 일부 부서는 아예 점포나 민간에 맡겨버렸다.

터미널 화재 이후 대책이 마련됐다.

시는 안전 점검을 안전총괄과가 담당하도록 하고 점검 때 소방재난본부의 분야별 전문가가 동행하도록 했다.

특히 소방 점검은 소방서에서 정기적으로 직접 하도록 했다.

고양 종합터미널은 정부의 안전점검 관리대상에도 포함됐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국 주요시설에 대해 '총체적 안전 점검'을 실시했으나 당시 고양 종합터미널은 빠졌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우레탄 등 가연성 자재를 시공할 경우 불이 나면 많은 유독가스가 발생,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작업 때 주의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wyshik@yna.co.kr,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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