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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위기의 삼성전자, 노키아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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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부문 비중 높지만..반도체 가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뒷받침]

머니투데이

늘 ‘위기’를 강조해 왔던 삼성전자가 진짜 위기에 직면했다. 영업이익은 2년 만에 7조원대로 떨어졌고 매출 역시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영업이익률 역시 13.7%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까지는 지난 8일 내놓은 예상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충격이 덜했다.

문제는 3분기 전망이다. 신제품 출시와 시장상황 개선에 힘입어 조심스럽게 ‘실적 개선’을 얘기했던 것과는 달리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더 강해졌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만 실적 개선을 전망했고 나머지 부분은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거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혹은 언제쯤 실적을 회복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는 회사는 현대자동차 정도가 유일하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에서 7조원대로 감소한 것이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성적표를 ‘7조원씩이나’로 볼 것인지 ‘7조원 밖에’로 볼 것인지의 차이다.

◇ 삼성전자 위기감의 실체, ‘제2의 노키아’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원들이 성과급을 반납하고 경비를 줄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위기의 근원은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휴대폰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다 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도 반등의 기회를 빨리 찾지 못한다면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직원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키아는 2010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33.4%를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지면서 2013년 2분기에는 1/10 수준인 3.2%까지 추락했다. 급기야는 올 4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이후 전체 매출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0%에 이른다. 영업이익 비중은 68.1%로 의존도가 더욱 큰 상황이다.

결국 스마트폰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절반 이상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1/3수준까지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하는 처지다. IM부문의 위기가 삼성전자 전체의 위기로 인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의 근원도, 해법도 IM부문에 있는 셈이다.

◇ 삼성전자, 노키아와 달라… ‘4분기 반등’ 노린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하반기 전망만 놓고 보면 희망이 안 보인다. IM부문에 대해서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고 시스템LSI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노키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얘기한다. 노키아의 경우 휴대폰이 전부였고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제외하더라도 반도체와 TV,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특히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되면서 경쟁이 심화된데 따른 것이어서 시대흐름을 놓친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사업 분야가 다양해 어느 한쪽 분야의 실적이 나빠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보완을 해 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스마트폰 실적 둔화도 중저가 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은 차원이어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 부진이 삼성전자의 ‘변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삼성전자는 가전회사에서 반도체 회사로 변신했고, 반도체 치킨게임이 시작되면서 휴대폰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찾아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가 확인된 만큼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새로운 것’이 없더라도 기존 반도체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이 IM부문의 부진을 어느 정도 메워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 감소했지만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4% 늘어난 9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시스템LSI의 부진 때문이다.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을 고려하면 메모리 부문의 영업이익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소비자가전(CE)의 변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E부문은 올 2분기에 7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3%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도 5.9%까지 높아졌다. 셰프컬렉션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이 서서히 먹혀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약 2700억달러 수준인 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는 3000억달러 수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앞선다”며 “소비자가전 시장 역시 2600억달러 수준이어서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면 IM부문의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실적이 반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데다 반등의 기회를 빨리 잡지 못하면 노키아처럼 그대로 주저앉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실적을 반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명훈기자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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