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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윤석의 드라마톡] 괜찮아 사랑이야 4회 "그냥 가볍게, 장재열을 노리는 잔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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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장재열(조인성 분)은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잠든 지해수(공효진 분)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서 막 첫사랑에 눈뜬 소년의 모습을 보고 만다. 그러고 보면 연인이던 풀잎에 대해서도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말하고 있었다. 추리소설을 쓰기 전에 장재열이 쓰던 것이 연애심리소설이었다. 연관된다.

친구의 배신에 화가 나서 차를 부수고, 그리고는 돌아서서 아예 자기의 책을 회수하라 지시한다. 그러면서 정작 친구와는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그를 이해하려고도, 용서하려고도, 그렇다고 증오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있는대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만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풀잎이 장재열과의 관계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그때문이 아니었을까. 자기에게 기대려 하는 한강우(디오 분)를 거부하며 분노하던 모습과 그를 끌어안고 그와 함께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 역시 그래서 극단적이다.

눈치가 없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해 무지하다. 아무리 남자친구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당사자에게 직설적으로 털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모두가 한 데 모여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마치 폭탄처럼 그런 이야기를 툭 하니 던져 놓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도 되지 않는 것인가. 전혀 그럴 줄 몰랐던 것처럼. 미성년자는 미성년자답게 대한다는 그 말이 정작 지해수가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해 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역시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듯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타데일리뉴스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제공


바람둥이라기보다는 다가오는 여자들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그들을 거절해야 할지. 아니면 사랑해야 할지.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의 수집벽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정작 자기의 것은 하나도 없다. 어쩌면 장재열 자신의 삶 자체가 장재열 자신이 쓴 소설인지도 모른다. 그런 장재열에게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대가 생겼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고 싶은 초등학생과 같다. 어디를 가든 조금의 차이도 없이 완전히 똑같은 자신의 방처럼 그는 닫힌 세계 안에 갇혀 있다.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그의 마음은 텅 빈 공간에 홀로 버려져 있다. 구할 수 있을까?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냥.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희망이다. 비로소 장재범(양익준 분)은 울 수 있다. 그리고 털어놓을 수 있다. 누군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이 생겼다. 진실을 들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제껏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말로 전하지 못해 무작정 찾아가 흉기부터 휘둘렀다. 어머니를 앞에 두고도 자신의 흰머리만을 뽑아 유리벽에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두렵기 때문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해수가 가진 가장 큰 장애도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가벼워질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침 그녀의 근처에는 장재열이 있었다. 그녀의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단지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하는 것이 두려워 피하기만 했을 뿐이다. 그같은 강박이 자신을 옭아맨다. 사실은 별 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쉽기만 하다면 사람이 아플 일도 없을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어쩌면 그 또한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는 더 쉬울 지 모른다. 지금처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자신보다는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장재열이 지해수와 다른 이유다. 그냥. 가볍게. 그러나 무엇을 위해서. 무엇때문에.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연애심리에서 엽기추리로. 항상 제자리다.

한강우가 장재열에게 이끌린 것은 장재열의 소설에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재열은 한강우의 미래였다. 그래서 장재열 역시 한강우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거리를 둔다. 한강우는 장재열의 과거였다. 그저 도망치려 하는 한강우를 보았을 때 그를 거부한 이유였다. 아버지에게 대항하고 칭찬받으려 찾아온 한강우를 힘주어 안아준 이유였다. 한강우는 장재열에게 주어진 숙제다. 성기를 그리던 소년처럼 한강우를 통해 장재열은 잊으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한강우가 써 온 소설은 장재열이 그토록 잊고자 했던 과거였다. 누구보다 장재열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누구보다 한강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재열의 어머니가 감춰온 잔인한 진실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덧나고 곪아버린 상처들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정의내린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단정짓는다. 어쩌면 더 잔인한 폭력속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찌되었거나 병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남편 앞에서 해수의 어머니는 웃을 수 있었다. 결혼은 안해도 연애는 해라. 사랑은 해라. 사람은 때로 영악할 정도로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기도 한다. 정신과 병력조차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죄를 가리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장재열과 함께 있으며 어떤 상상들을 한다. 그러면서 굳이 그런 상상들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녹화까지 해둔다. 장재열의 모습을 지켜본다. 과연 지해수의 진짜 증상은 섹스혐오였을까? 섹스혐오 자체가 어떤 진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를 벌준다. 그를 위해 자기를 학대한다. 모순된 장면이었을 것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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