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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혜성처럼 등장해 4개월 만에 사라진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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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끝내 '구정치'로 마무리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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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뒤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1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대표직 사퇴는 4개월 만의 일이다.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대선 후보직 사퇴, 신당 창당, 국회의원 선거 출마 등의 과정을 거치며 안철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대선 출마가 맛보기였다면 신당 창당은 안풍을 끌어올 본격적인 정치 무대가 열린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 실험을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정치연합은 민주당과 통합 신당을 창당하게 된다.

당시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끝을 모르고 하락하자 '안철수'라는 흥행카드가 필요했다. 안철수 역시 미약한 당을 이끌어 줄 조직이 필요했다.

민주당은 실제로 안철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37.5%)에 이어 2위(27.3%)를 기록했다. 민주당(12.1%)은 안철수 신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다.

최저 지지율을 받으며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도 나타내지 못했지만,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본 것.

통합 신당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3월 인터넷언론 '팩트 TV'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신당은 41.0%로 새누리당(43.3%)과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인 2.3%p로 좁혔다. 안철수와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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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안철수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과의 합당을 밝히면서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는 블루오션이다. 레드오션과 블랙 오션인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자"고 밝혔다. 송호창 의원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결국 레드오션의 여의도 정치에 발이 묶였고 호랑이를 잡기 위해 들어온 굴에서 힘도 못 쓴 채 물러났다.

새정치연합 김효석 최고위원은 "새정치의 화두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기존 정당이 주장하는)선당후사를 강조할 게 아니었는데 안철수는 결국 기존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그걸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경험과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세운 '새정치'의 실현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예고가 됐다.

안 대표가 실현하고자 했던 '새정치'는 온 국민의 열망이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토양은 열악했고 그것을 펼치기 위한 역량과 기반도 부족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갑수 대표는 "국민의 멘토는 정치와는 다른 영역이다. 멘토는 조언을 할 뿐 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책임자다"라며 “지도자는 사회적 자산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성하고 학습하고 고민한다면 국민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만 2년이 안 된 정치 신인이 대선주자와 당 대표라는 꼭대기부터 시작했다. 꼭대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고난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안철수는 '새정치'로 시작해서 기존 정당에 자극을 줬지만 결국에는 제1야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마무리됐다.

정계 진출 선언을 하기 전 출간한 자신의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에서 "저에 대한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보여진다"며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온전히 정치하라는 뜻으로 착각해도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지만 결국 안철수도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효석 최고위원은 "하지만 아직도 '우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꿈틀거리고 있다. 안풍이 떠나갔지만 새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말했다.
dearher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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