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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늘귀’ 통과하고도 제외된 국내 지도자 1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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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충족시켰으나 후보군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던 허정무 감독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이 외국인 지도자로 가닥 잡혔다. 만약의 경우를 고려해 ‘가닥’이라 표현했으나, 사실상 확정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31일 오전 파주 NFC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기술위원들과의 1박2일 토론 끝에 3명의 우선 접촉 대상자를 선정했다”면서 “3명 모두 외국인”이라고 발표했다.

2007년 여름 지휘봉을 내려놓은 핌 베어백 감독 이후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 확률이 높아졌다. 국내 지도자가 선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용수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이 전하는 ‘뉘앙스’ 속에 국내 지도자 경우의 수는 ‘제로’에 가깝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점찍었다.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국내 지도자는 단 1명에 그쳤다. 하지만, '바늘귀'를 통과했어도 현 시점에서 지휘봉을 잡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 뉴스1 DB


기술위원회는 총 47명의 후보군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지도자가 17명, 외국인이 30명이었다. 대상자를 두고 기술위가 정한 ‘8가지 조건’을 대입했다. 꽤 까다로웠다.

기술위가 꺼내든 조건은 ▲ 아시안컵을 포함한 대륙별 대회(유럽선수권, 코파 아메리카 등)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 ▲ 월드컵 지역 예선을 홈&어웨이 형태로 진행해 본 지도자 ▲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과를 낸 지도자 ▲ 클럽을 지도했던 지도자 ▲ 교육자로서의 인성을 갖춘 자 ▲ 66세 이하의 지도자 ▲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자 ▲ 지금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도자 등이다.

쉽지 않은 ‘바늘귀’를 통과한 이들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상위 3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용수 위원장은 “후보군에 자격 요건을 대입하자 외국인 지도자들이 차례대로 상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부합한 한국 지도자는 단 1명이었다.

이 위원장은 “국내 감독들 중에서도 자격요건을 통과한 지도자가 1명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체 기술위원들의 생각이, 적어도 이번에는 그분이 제외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내부 방침을 전했다. 문서상의 조건은 통과했으나 다른 조건 때문에 배제됐다.

기술위의 발표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외국인 3명’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관문을 통과하고도 제외된 ‘국내 지도자 1인’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3인’은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1인’은 기술위의 8가지 조건과 이용수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접근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월드컵 16강’을 경험한 국내 지도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당연하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2002년과 2010년 두 번에 그친다. 알다시피 2002년은 히딩크 감독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인물은 2010년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을 견인한 허정무 감독뿐이다.

지도자의 범위를 코칭스태프까지 확대하면 정해성 코치, 김현태 GK 코치(이상 2002, 2010), 박태하 코치(2010)도 가능하다. 이들은 ‘아시안컵 경험자’ 항목도 충족시킨다.

정해성 코치와 김현태 코치는 2000년 아시안컵에 참가했고 박태하 코치는 2011년 아시안컵에서 조광래 감독을 보좌했다. 김현태 코치는 2011년 ‘조광래 사단’ 멤버이기도 하다. 그래도 무게는 허정무 감독에게 쏠린다. 허정무 감독은, 2010년 아시안컵 당시 사령탑이다.

‘클럽을 이끈 지도자’ 조건을 대입하면 허정무-정해성으로 압축된다. 김현태 코치와 박태하 코치는 클럽 감독 이력은 없다. 반면 허정무 감독은 포항과 전남, 인천을 지도했고 정해성 감독도 부천-제주-전남 감독을 역임했다.

두 지도자를 두고 판단할 수 있는 마지막 저울질은 ‘적어도 이번에는 그분이 제외되는 것이 낫겠다’는 것인데, 결국 허정무 감독 쪽이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단장으로 참가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홍명보 감독과 함께 지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컴백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8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한 유일한 국내 지도자에 가까우나 기술위가 접촉 대상자로 삼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이용수 위원장은 “만약 3명의 외국인 지도자와의 협상이 모두 결렬될 시 기술위원회를 다시 열어 대상자를 새로 선정할 것”이라는 계획을 덧붙였다. 시간이 길어져도 다시 외국인 지도자를 물색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감독들에게 시선이 돌아갈 가능성은 또 떨어진다.

결국 베어백 이후 7년 만에 외국인 감독 시대가 다시 열리는 분위기다. 반대로 2007년 베어백으로부터 지휘봉을 받은 허정무 감독부터 조광래-최강희-홍명보 감독으로 이어졌던 국내 지도자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서울=뉴스1스포츠)임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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