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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직 靑수석들 대기업-로펌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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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제동’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 늦춰진 사이에…

퇴직공무원 취업심사결과 첫 공개… 27건중 17건 가능-4건 불가 결정

소속부서 업무 연관성만 조사

“위법여부 떠나 윤리적 문제 더 엄격한 잣대 적용해야”

[동아일보]
동아일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결과를 31일 처음 공개했다. 대기업과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신고한 최순홍 전 대통령미래전략수석비서관(64)과 최금락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6)은 ‘취업 가능하다’는 판단을 얻어냈다. 정부는 법규를 강화해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를 축적하는 전관예우나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고위직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청와대를 떠난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LS산전 상근고문으로 옮겨 해외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2월 퇴직한 최금락 전 홍보수석비서관은 법무법인 광장 상임고문을 맡아 홍보전략 부문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공무원으로는 저축은행 비리로 파면됐다 무죄 판결을 받아 복직한 금융위원회 김모 씨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를 지낸 허모 씨가 각각 법무법인 율촌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취업예정업체 간의 연관성만 조사하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했던 하위직 공무원에 비해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제한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국가 정책 전반을 이끌지만 직접 인허가를 담당하지 않아 사실상 재취업에 제약이 없다고 봐야 하는 실정이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비서실 출신 퇴직공무원이) 기업 고문과 같이 특별한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자리로 옮겨간 것은 법을 따지기 전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전문성이 없다면 다른 네트워크(영향력)를 원하는 것이므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가 아니라 ‘소속 기관’으로 업무 연관성 심사를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직접적으로 해당 업체를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고위 공무원들의 취업 길은 활짝 열려 있다. 만약 ‘소속 부서’가 아니라 ‘소속 기관’으로 업무 연관성을 따졌다면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은 재취업이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희옥 공직자윤리위원장은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에 엄격하게 심사했지만 소속 부서만 연관성을 따지는 현행법으로는 제한 폭을 더 넓히기 어려웠다”며 “현행법은 공무원 재취업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율은 2012년 5%, 2013년 9.3%, 2014년 15% 수준이다.

윤리위는 취업심사 결과를 홈페이지(www.gpec.go.kr)에 31일 공개했다. 정부는 4월 세월호 참사에 따른 공직사회 개혁 조치의 하나로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리위는 이달 취업심사 요청이 들어온 27건 중 17건은 취업이 가능하다고 결정했고, 4건은 취업을 제한했다. 6건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사를 보류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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