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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대인을 가스실로" 유럽에 다시 부는 반유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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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

유대인 소유 식료품점·약국 방화

“홀로코스트로 600만명이 넘는 유대인이 목숨을 잃고도 유럽의 반(反)유대주의는 죽지 않았다.” 대니얼 슈바멘탈 미국유대인협의회 이사는 지난달 29일 미 인터넷 매체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 기고문에서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확산되는 현상을 이같이 진단했다.

중동 분쟁의 기원은 유럽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유럽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유대 국가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이슬람 세계와 갈등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얽히고 설킨 이스라엘·팔레스타인·유럽의 역사는 유럽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프랑스·독일 등에선 1300명 넘는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낳은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시위가 잇따른다. 한 달새 영국에서만 100건 이상이 열렸다. 문제는 시위가 ‘반유대주의’로 변질·확산됐다는 점이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아닌, 유대인 전체를 증오하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유대인을 가스실로” “유대인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까지 등장했다.

유대인에 대한 공격은 무력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프랑스 툴루즈의 유대인센터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후 소이탄 공격을 받았다. 20일엔 1만 5000명의 유대인이 거주해 ‘리틀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파리 북부 사르셀에서 유대인 소유의 식료품점과 약국이 불탔다. 앞서 파리 중심부의 유대교 회당도 공격받았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29일 부퍼탈의 유대교 회당에 화염병이 투척됐고, 베를린에서도 18세 유대인 청년이 폭행당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의 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나치 상징 문양(<5350>)과 함께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고발한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뜻으로 ‘안네 프랑크 스토리텔러’라는 낙서가 등장했다. 결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 대한 공격은 유럽에 설 자리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두운 과거’를 연상시키는 폭력 사태에 놀란 유럽 국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슬림 500만 명이 사는 프랑스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금지됐다. 시위가 유대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독일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지 말 것’ ‘이스라엘에 죽음을 구호 금지’ 등 지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유럽에 잠재된 반유대주의를 표출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시위대는 “유대인이 아닌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을 비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반유대주의를 표출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홍주희 기자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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