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이 최고의 보양식”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식품·요리 전문가 3인의 여름 보양식

1년의 절반쯤을 달려오니 뭘 해도 기운이 안 돈다. 입맛도 없다.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맘때면 다들 하나씩 겪는 증상들이다. 여름 한가운데에서 보양식을 찾게 되는 이유다. 보양식을 먹고 나서 내일 당장 활기가 샘솟기를 기대하는 이는 드물다. 그럼에도 보양식에 대한 은근한 믿음은 여전하다. 음식으로 지친 몸에 활기를 주는 일이 가능할까. 식품·요리 전문가 3인에게 여름에 지쳤을 때 찾는 음식을 물어봤다. 보양식에 대한 견해도 들었다. 한식의 현주소를 조목조목 지목한 책 ‘한식의 배신’을 쓴 이미숙 식품영양학 박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호주 출신 셰프 폴 도드,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30년 경력중국 요리 전문가 장금승 주방장이 이들이다. 이들의 설명을 대화체로 재구성했다.

세계일보

이미숙 식품영양학 박사(왼쪽부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셰프 폴 도드,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장금승 주방장


◆이미숙 식품영양학 박사 “보양식 맹신을 버리세요”


제 여름 보양식을 굳이 꼽으라면 수박과 제철 과일이에요. 여름 식생활의 핵심은 충분한 수분 보충입니다. 땀이 많은 여름에는 탈수 상태가 되기 쉬워요. 얼음이 둥둥 뜬 탄산 음료를 마시면 개운하다고요? 마실 때는 시원하겠죠. 하지만 차가운 액체가 위에 들어가면 위장관의 연동운동이 빨라집니다. 쉽게 말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할 수 있어요. 또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잠시 땀 배출이 중단돼요. 체온을 발산하지 못하니 곧바로 다시 더워지죠. 음료를 마시려면 생수, 보리차, 오미자차, 옥수수차 등이 무난해요. 제철 과일이나 야채로 수분 보충을 하는 것도 좋죠. 수박은 수분이 무려 95%나 됩니다.

더위를 덜 느끼려면 평소보다 적게 먹으면 좋아요. 열량을 많이 섭취하면 에너지 대사로 체열이 상승하니까요. 게다가 체지방이 쌓이면 체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할 수 없답니다.

삼계탕·보신탕·장어가 보신에 으뜸 아니냐고요? 글쎄요. 삼계탕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조상들이 즐긴 음식이에요. 요즘은 단백질 섭취를 걱정할 필요가 없죠. 게다가 삼계탕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마시면 오히려 어마어마한 나트륨만 먹는 셈이에요. 삼계탕 1인분에 들어가는 나트륨이 1243㎎이나 되는 거 아세요?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은 2000㎎입니다. 장어는 무기질·비타민이 풍부해 영양 만점이에요. 그런데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게 흠이죠. 포화지방산이 30%나 되니 몸에 좋다고 마구 집어먹을 필요는 없겠죠.

열대야에 입맛이 없다면 차라리 신맛과 쓴맛을 활용해보세요. 나물무침에 식초나 레몬즙을 듬뿍 넣으면 식욕이 되살아날 거예요.

◆폴 도드 셰프 “더운 여름에 뜨거운 국물?”

한국에서 두 번째 여름을 나네요. 전 호주에서 태어나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다녔어요. 요리사 경력이 17년이나 되죠. 한국 여름은 찜통더위라던데, 음식을 푹푹 찌고 볶는 주방은 평소에도 찜통 같죠. 보양식이라 표현하기 뭣하지만, 저는 태국식 샐러드나 페루 요리인 세비체를 즐겨 먹으면서 여름의 ‘뜨거운 주방’을 이겨냅니다. 샐러드처럼 조리하지 않은 야채와 생과일로 몸의 온도를 낮추죠.

몸이 지친 느낌이면 열대 식물인 치아의 씨앗, 병아리콩·강낭콩 같은 콩 종류, 남미 곡물인 키노아, 쿠스쿠스·프레골라 같은 파스타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요. 콩과 곡물은 에너지를 내니 지치는 여름에 유용하죠. 고수, 레몬 그라스, 생강을 넣은 상큼한 드레싱을 곁들이면 입맛도 돋워주죠. 커피나 차보다는 과일 주스를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고요.

한국 보양식은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에요. 뜨거운 국물이 들어간 음식이 많잖아요. 계절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인삼은 좋아합니다. 건강보다는 특유의 맛과 향을 즐겨요.

호주의 여름도 뜨겁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 특별한 보양식 문화는 없어요. 한 가지 음식이나 식재료가 주기적으로 유행하죠. 몇 년 전까지는 구주개밀이 유행이었는데 최근에는 케일과 키노아가 각광받고 있네요.

◆팔선 주방장 장금승 “홍삼 불도장이면 여름 몸 보신 끝”

저는 몸보신을 해야 하는 복날이면 홍삼 불도장을 꼭 한 번은 챙겨 먹습니다. 요리사이니 가능하겠죠? 불도장은 청나라 때 광둥과 푸젠 지방에서 시작된 보양식이에요. 참선하던 스님도 향기를 맡고 담장을 넘고 말았다는 속설이 전해지죠. 홍삼 불도장은 불도장에 10시간 이상 조리한 6년근 홍삼 원액을 첨가한 요리예요. 보양식 중의 보양식입니다. 홍삼 좋은 건 다 아시죠. 사포닌 외에도 알칼로이드, 다당체 성분 등이 풍부해요. 면역력 증진, 체력 강화, 피로 해소… 보양식에는 최고의 식자재죠.

전 보양식이 건강과 체력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요. 여름에는 수분 보충과 함께 평소보다 더 많은 영양분을 섭취해야 해요. 물론 위생적인 환경에서 검증된 식자재로 만들어야겠죠? 비위생적인 보양식은 자칫 건강만 해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여름보다 겨울에 보양식을 즐깁니다. 하지만 최근 중의학자들 사이에서 겨울보다 여름에 몸 보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여름에 보양식을 찾는 중국인이 늘고 있죠.

중국에서도 불도장이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정에서 샥스핀·해삼·전복을 일일이 다 넣기란 어렵죠. 중국 서민이 즐겨 먹는 보양식은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입니다. 보통 닭고기와 돼지 뼈 등을 우린 육수에 대추·당귀·황기 등을 넣죠. 이 국물에 채소나 양고기·쇠고기 등 육류나 새우·해삼 등 해산물을 넣어 익혀 먹습니다. 훠궈를 먹으며 이열치열 더운 여름철 몸 보신을 한다고 합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