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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두 얼굴’의 미국… 가자 민간인 피해 걱정이라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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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이후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다”고 밝혀왔던 미국이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탄약 등 전쟁물자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앞뒤가 안 맞는 미국의 ‘이중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이스라엘 내에 비축해 두고 있는 전쟁예비물자를 최근 이스라엘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일 이스라엘로부터 탄약 지원을 요청받고 사흘간의 검토를 거친 뒤 이를 승인했다. 미국이 지원한 탄약과 박격포탄은 이후 ‘민간인 학살’로 비난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활용돼 온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미국은 1990년대부터 우방국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이스라엘 영토 내에 전쟁예비물자(WARS-I)를 비축해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군의 승인하에 이 군수물자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 후에는 미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0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예비물자에는 미사일, 장갑차, 포병탄약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1억달러 수준이었던 이스라엘 내 전쟁예비물자는 2010년 8억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현재는 10억달러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에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일 당시에도 미국에 전쟁예비물자 사용허가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헤즈볼라와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훨씬 전력이 약한 상대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미국에 추가 탄약지원 요청까지 해놓았다.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대사관은 “탄약 추가 지원 요청 역시 가자지구 공격을 위해 필요한 것이냐”는 알자지라의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지원한 군수물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창고 내에 재고로 보관돼 왔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 허가는 백악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에 이 같은 사항이 사전에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미국 역사가인 웹스터 타플리는 “우리는 미국이 해마다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군사원조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런 야만적인 일에 원조해서는 안된다”고 이란 프레스TV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30일 이스라엘이 셰자이야 지역의 한 재래시장을 공습해 최소 17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에는 한시적인 휴전이 성립된 줄 알고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주민들이 몰려든 상태였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31일 현재 1370여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768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이날 예비군 1만6000명에게 추가동원령을 내리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투입되는 예비군은 모두 8만6000여명으로 늘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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