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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폭행에 쓰러지면 링거 주사 놓고 또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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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들 집요한 가혹행위 드러나

지난 4월 28사단 포병연대 의무중대에서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24)은 당초 알려진 치약 먹이기 등 외에 더 심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28사단 집단구타 사건의 수사기록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모 병장(26) 등 선임병 4명은 지난 3월3일 윤 일병이 의무대에 배치되고 2주의 대기기간이 끝난 직후부터 가혹행위를 시작했다. 이들의 가혹행위는 집요하고 잔인했다. 이 병장은 “대답이 느리다”는 이유로 마대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윤 일병을 구타했다. 다리를 폭행한 뒤 윤 일병이 다리를 절자 ‘절뚝거린다’며 다시 배, 가슴, 턱과 뺨을 때렸다.

연이어 폭행을 당해 윤 일병이 힘든 기색을 보이면 의무병이던 이들은 윤 일병에게 링거 수액을 주사했다. 윤 일병이 기운을 차리면 다시 윤 일병을 폭행했다. 얼굴과 허벅지에 생긴 멍을 지우려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면서 윤 일병의 성기에도 약을 발랐다.

지난 4월6일 이들은 윤 일병을 폭행하다 윤 일병이 쓰러지자 맥박·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자 “꾀병 부린다”며 다시 폭행했다. 군 수사당국은 윤 일병이 이날 내무반에서 만두 등을 먹던 중 선임병에게 가슴 등을 폭행당해 쓰러졌고,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다음날 숨졌다고 30일 밝혔다(경향신문 7월31일 14면 보도). 이 병장 등 선임병 5명은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윤 일병이 TV를 보며 음식을 먹다 갑자기 쓰러진 것”이라고 입을 맞췄다.

증거인멸도 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후 이들은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을 찾아 일부를 찢어냈다.

해당 부대는 가혹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의무대는 본부의 통제·관리하에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위치도 본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의무지원담당관 유모 하사(24)는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보다 어렸다. 포대장과 대대장은 가혹행위가 발생하고 있던 사실을 전혀 몰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37)은 “지속적 집단폭행이 명백한데 검찰은 사건 당일만 조명해 우발적 사망사고로 보고 있다”며 “검찰은 살인죄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야 하며 성추행 혐의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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