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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주저앉은 국민MC 강호동 ‘변신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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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이미지 실추·트렌드 못 따라가 방송 복귀 후 출연작들 시청률 저조

강호동은 한때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민MC였다. 세금 탈루 논란으로 2011년 9월 프로그램을 하차하기 전까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은 시청률이 40%대를 기록하는 등 MBC <무한도전>의 아성을 위협했다. 강호동은 토크쇼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그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진행과 솔직한 대담으로 매회 화제를 낳았다. 유재석을 제외하면 리얼 예능과 토크쇼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 잘하며 각각 간판 프로그램이 있는 유일한 MC였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이었던 강호동이 최근에는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폐지되거나 시청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방송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첫 예능 복귀작으로 선택했던 KBS2 <달빛 프린스>(2013)는 시청률 5%의 벽을 넘지 못하며 8회 만에 폐지됐다. 지난해 4월 첫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은 멤버들이 여행을 하면서 미션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겠다고 선언했으나 흔한 ‘먹방’으로 전락하더니 방송 7개월도 안돼 문을 닫았다. <달빛 프린스>를 같이 했던 KBS의 이예지 PD와 의기투합한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농구편 특집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시청률 5%대에 머무르고 있다. 연예인과 팬들의 만남,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MBC 프로그램 <별바라기>(2014)는 시청률이 채 3%가 안된다.

경향신문

2011년 9월19일 세금납부 문제로 의혹을 샀던 강호동이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예계 잠정 은퇴를 발표한 뒤 울먹이고 있다. 이후 강호동은 방송에 복귀했지만 전성기 때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강호동이 부진한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세금 탈루 논란으로 인한 서민적 이미지의 실추가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씨는 “기존의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달빛 프린스>나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따뜻한 예능에 도전했지만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친근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호동의 이미지 변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빛 프린스>는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 의미있는 책을 읽고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공유하자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그러나 산만한 진행과 전문성 부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실패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이 몸을 쓰는 예능에 강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을 뿐 진화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예능 PD는 “시청자들이 이전에는 왁자지껄하고 신나는 프로그램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리얼 예능이든 토크쇼든 자연스럽고 편안한 웃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 MC 한 명에 의존하는 콘셉트에서 탈피해 다양한 포맷과 일반인 출연자 확대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방송가의 흐름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좋게 말하면 에너지가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오버하는 경향이 있는 강호동의 진행스타일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석, 신동엽처럼 상대방을 거칠게 몰아가지 않으면서도 쥐락펴락하고 여유있게 웃음을 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진 탈출의 열쇳말로 제시되는 것은 역시 자기 변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을 통해 매회 다른 콘셉트와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음에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갇히지 않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변신의 아이콘으로 신동엽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신동엽은 케이블 채널은 물론 종합편성채널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19금코드’라는 자기만의 개그 영역을 개척했다”며 “강호동도 지상파 프로그램만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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