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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뽀로로 CF모델?… 걱정 앞서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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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TV 애니메이션 방영 전후 ‘어린이 인기 캐릭터 광고’ 허용 추진

부모·시민단체 반발… 선진국선 ‘아동보호’ 차원 금지

“엄마, 뽀뽀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모씨(32)는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동네 약국에 갈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아들이 제일 먼저 보이는 밴드나 비타민제를 냉큼 집기 때문이다. 아동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다. 아들은 이 캐릭터에 푹 빠져 있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산다는 개념도 모르고, ‘뽀로로’ 발음도 못해 ‘뽀뽀’라고 하지만 ‘뽀로로’ 상품은 정확하게 알아본다. 초등학교 1학년 민정양(7)은 2010년 투니버스에서 제빵사를 꿈꾸는 소녀들을 다룬 애니메이션 <꿈빛 파티시엘>을 본 뒤부터 꿈이 제빵사가 됐다. 크레파스와 사인펜도 ‘파티시엘’이 그려진 제품만 쓴다.

<뽀로로>나 <파티시엘> <변신자동차 또봇> <꼬마버스 타요>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두고 학부모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바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방송 광고 허용 문제를 두고서다. 현행 방송법은 ‘뽀로로’나 ‘또봇’이 직접 모델이 돼 TV 애니메이션 방영 전후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한다. 프로그램과 광고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애니메이션 방영 전후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 허용 추진에 들어갔다. 지난 6월 방통위가 구성한 ‘애니메이션 방영 활성화 연구반’은 광고 허용에다 애니메이션 제작비 지원·확대, 심야시간대 편성제한 규정 개정 방안 등을 다룬다. 이 연구반엔 애니메이션 제작사·협회 대표, 방송사 및 관련 산업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부모들은 광고 허용을 우려한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방송 전후 애니메이션 캐릭터 광고 허용 방침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아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현실과 동일시할 우려가 있다”며 “민감한 과제를 다루면서 유아·어린이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 등을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외눈박이 행정”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선 유아·어린이 프로그램 전후 편성 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스웨덴은 1991년부터 ‘라디오와 텔레비전 관련 법’에 따라 오후 9시 이전에는 어린이 프로그램 전후, 중간엔 장난감과 패스트푸드, 비디오 게임 등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 TV 광고를 전면 금지한다. 스웨덴식 규제는 2000년대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는 추세라고 서울YMCA는 전했다.

부모 반응은 엇갈린다. 울산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정희석씨(36)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서모씨(29)는 “지금도 아이 등쌀에 시달리는 부모라면 싫어할 것 같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자체를 안 보여주는 역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중하게 논의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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