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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전자-반올림 협상 난항…또 견해차만 확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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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삼성-반올림 5차 협상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30일 오후 서울 건설회관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5차 협상'이 열린 가운데 반올림 측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오른쪽)와 삼성전자 측 백수현 전무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조금 더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장)

"반올림 측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가 다시 마주앉았다.

양측은 이날로 5차 협상을 벌였지만, 사과·보상·재발방지 등 3가지 핵심 의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6월 25일 3차 협상과 7월 14일 4차 협상에 이어 이번에도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셈이다.

6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협상에서는 재발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반올림이 절반 이상 추천한 사람들로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감사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 내에 사실상 '반올림위원회'를 상시 설치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담은 재발방지책을 소개하려 했다.

그러나 반올림 측에서 재발방지책을 문서로 제출하지 않으면 설명을 듣는 게 의미가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보상 문제와 관련, 반올림은 산재신청을 한 전원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 반올림 측 관계자는 "지급 협상에 나온 우리나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들이나 다를 게 없다"며 "그 사람들을 여기로 다 데리고 나오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올림은 진단·치료·간병 등에 소요되거나 앞으로 소요될 경비, 당사자가 사망이나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피해, 질병 때문인 부모·가족·자녀·배우자의 경제적 피해, 질병이나 산재 인정 탓으로 발생한 당사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 등 4가지 보상안을 제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우선 협상에 참여하는 피해자와 가족 등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를 시작해 기준과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보상 기준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상하는 게 객관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수현 전무는 "산재 신청자 명단도 없는데다, 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산재를 신청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산재신청한 사람을 모두 보상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이 제시한 보상안도 그 내용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부적인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과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반올림은 이번 협상에서도 삼성전자에 ▲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 산재보상을 방해한 점 ▲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를 폭행, 고소·고발한 점 등 항목별로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권오현 대표이사 등이 세 차례에 걸쳐 사과한 상황에서 또 사과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이제는 '사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상 등 다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6차 협상은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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