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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추신수 몰락 부추긴 '수비 쉬프트' 문제 심각, 좌타자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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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7월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각종 루머들에 메이저리그가 후끈 달아오르는 시기다.

각종 트레이드로 한창 시끄러워야 할 때 지난주 미국 야구계의 최대 화두로 때 아닌 ‘부정 수비(일리걸 디펜스)’ 문제가 떠올라 안팎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명칼럼니스트인 톰 버두치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칼럼을 통해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도 북미프로농구(NBA)처럼 ‘일리걸 디펜스(부정 수비)’의 도입을 논의해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버두치가 지핀 논란은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의 추가 보도로 확대 재생산됐고 30일에는 미 전국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가 또 한 번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짚고 넘어갔다.

수비 쉬프트’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수비 쉬프트가 불러온 영향이 오늘날 야구경기를 바꿔놓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AL)에 지명타자(DH) 제도가 최초 도입된 이래 이렇게 투수가 득세했던 적이 없었다. 수비 쉬프트와 연관이 깊은 출루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있다.

수비 쉬프트가 거의 없던 예전에는 평범한 안타성 타구가 모두 아웃카운트로 뒤바뀌며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투고타저’ 현상에 또 하나의 육중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데일리

버두치는 적어도 3명의 내야수(3루수-유격수-2루수)가 2루수 베이스 오른쪽에 쏠리는 현상을 규정으로 막아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니냐며 ‘부정 수비 금지제’ 도입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얼토당토 않는 얘기까지 나오는 가 싶지만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다.

수비 쉬프트가 먹혀들자 그 적용대상과 횟수가 전방위적·무차별적으로 늘고 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메이저리그 인포메이션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시즌 구단들의 수비 쉬프트 적용이 지난해 8134회를 두 배 이상 훌쩍 추월할 페이스로 치닫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비율이 전체의 10%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해 아예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는 누구든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만 하면 내야수 3명이 우측으로 고정되는 현상이 당연한 그림처럼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가 만점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수비 쉬프트를 걸지 않았을 시 타율이 0.265인데 반해 쉬프트가 걸리면 0.230으로 뚝 떨어진다.

대부분 좌타자들에게 수비 쉬프트를 써 그들의 타율을 3푼5리나 깎아먹은 셈이다.

특급 좌타자 21인, 어떻게 몰락하고 있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을 때리고 1루 베이스로 뛰어가는 데 한두 발짝 이점이 있어 우타자보다 타율이 조금 더 높을 수밖에 없다던 이른바 ‘좌타자 어드밴티지’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1루수가 베이스 근처에 머물러야 돼 쉬프트 활용 횟수가 현저히 적은 우타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거세진다.

특히나 손꼽히는 좌타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는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포함된 양대 리그의 자타공인 좌타자 상위 21명을 추려낸 결과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2014시즌 좌타자 상위 21명의 합계 타율은 지난해보다 2푼3리가 곤두박질친 0.261이다. 예를 들어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추신수의 시즌 타율이 0.240이라면 실질적으로는 0.263은 됐어야 정상이라는 뜻이다.

물론 조이 보토(31·신시내티 레즈)나 프린스 필더(29·텍사스 레인저스) 같은 전통적으로 잘하던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크게 주춤한 탓도 있겠지만 21명 중 단 5명(로빈손 카노, 앤서니 리조, 페드로 알바레스, 알렉스 고든, 제이슨 헤이워드)만이 작년 대비 타율이 올랐을 뿐이다. 그나마도 알바레스(27·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리조(25·시카고 컵스)는 2013시즌 타율이 0.233이었다.

수비 쉬프트와 밀접한 ‘인플레이타구 안타비율(BABIP)’ 역시 21명 가운데 6명(위의 5명에 브라이스 하퍼 추가)만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USA투데이’에서 제시한 단순 기록 대비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좌타자 ·5걸· 안에는 추신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통산 타율 0,284 및 BABIP 0.350의 추신수는 올 시즌 각각 ‘0.240-0.310’으로 기록이 추락했다.

이외 다비드 오르티스(38·보스턴 레드삭스, 미국식 데이빗 오티스)는 ‘통산 0.285-0.302(타율-BABIP)에서 0.251-0.241’, 크리스 데이비스(28·볼티모어 오리올스) ‘통산 0.257-0.330에서 0.199-0.256’, 제이 브루스(27·신시내티 레즈) ‘통산 0.253-0.298에서 0.218-0.279’, 브라이언 맥캔(30·뉴욕 양키스) ‘통산 0.274-0.290에서 0.243-0.258’ 등이다.

수비 쉬프트의 덫에 걸린 좌타자의 몰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투고타저’ 정점의 시대에 방치했다간...

수비 쉬프트를 고도의 작전 중 하나로 여기고 그냥 놔두다가는 향후 2-3년 내 3할을 치는 좌타자(위에 꼽힌 상위 21명 중에는 카노 1명)는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온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잡아 당겨 치는 타격을 하게 돼 있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밀어치기는 한계가 있고 밀어치기와 한방능력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좌타자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야구는 가뜩이나 ‘투고타저’로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득점(4.17점)은 1992년(4.12점) 이후 최저였고 종합타율(0.253)은 1972년(0.244) 이후 가장 낮았다. 팀 평균홈런 역시 경기당 0.96개에 머물렀다.

반면 삼진아웃은 역대 가장 많은 3만6710개(경기당 7.55개)나 나왔다. 그 결과 3할 타자는 24명에 불과했고 30홈런 이상 14명에 100타점 이상은 15명밖에 없었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올해(경기당 4.11점, 종합타율 0.252)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수비 쉬프트가 최근 실종된 공격야구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치고받는 화끈한 야구를 보고 싶어 하는 팬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부정 수비란 원래 NBA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한 마디로 지역 방어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NBA에서는 한때 맨투맨(대인방어)만을 허용했다. 때문에 불법적인 수비형태(존 디펜스)를 취하면 반칙이 선언됐다.

주요 야구 칼럼니스트들은 최초 NBA가 왜 부정 수비라는 다소 비민주적인 규정을 억지로 도입해야만 했었는지 그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NBA는 1947년부터 부정 수비를 채택했는데 수비 위주의 플레이로 인해 경기가 재미없어지는 것을 막고 보다 역동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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